(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과밀 상태인 그리스의 난민 캠프에서 어린 아이들이 거주지를 옮겨달라는 요구와 함께 항의 시위를 하자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진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캠프에서 거주하는 어린아이 300여명이 다른 캠프로 이송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부모 없이 그리스에 온 이들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는 등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했고, 경찰이 최루가스를 분사하며 대응에 나서자 자진 해산했다.
모리아 캠프는 최근 몇 달 간 터키에서 유입된 불법 이주민·난민 수가 폭등하면서 정원을 4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현재 8천500명 이상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00여명이 어린아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캠프 내 위생·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등 거주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6개월간 지냈다는 난민 사잔은 AFP통신에 "지옥과 같은 생활"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달 말에는 모리아 캠프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15세 소년이 흉기를 휘둘러 같은 나라 출신 1명을 살해하고 2명에 중상을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레스보스섬 내 난민 캠프의 과밀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이달 말까지 1천500여명을 본토 북부지역으로 이송하기로 하는 한편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들은 신속히 터키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그리스 전역에 7만명 이상의 불법 이주민·난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레스보스를 비롯해 사모스·키오스·레로스·코스 등 에게해 5개 섬에 수용된 이만 2만2천여명이다.
그리스는 난민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대응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EU는 2016년 터키 정부와 터키에 머무는 불법 이주민들에게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EU 영토 진입을 차단하기로 합의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터키 측은 오히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 또는 불법 이민자가 총 3만84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만9천25명 대비 6% 줄었다고 주장하며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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