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탈레반과 평화협정 초안 마련됐지만 서명 거부"

입력 2019-09-06 01:03  

"폼페이오, 탈레반과 평화협정 초안 마련됐지만 서명 거부"
타임 보도…'아프간 정부 생존·전쟁종료' 보증 못해
협정후 불안요소 수두룩…美특사와 아프간 대통령 언쟁 벌이기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서명에 반대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있다는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외교 수장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 어린 참모로 통하는 폼페이오 장관까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타임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18년 전쟁을 멈추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이 협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징후가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미국과 아프간, 유럽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탈레반 협상팀은 협정 서명 시 아프간에 주둔 중인 1만4천명의 미군 중 5천명가량을 철수하되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무장단체가 미국 공격을 모의하는 데 아프간이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협정 초안에 합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협상에 정통한 이들은 알카에다와 싸우기 위한 미군 반 테러 병력의 지속적 주둔과 친미 성향인 현 아프간 정부의 생존, 심지어 아프간 전쟁의 종료조차도 보증하지 못하는 등 몇 가지 심각한 상황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한다고 타임은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탈레반의 공식 명칭인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IEA)와의 협정 서명을 요청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서명할 경우 탈레반을 사실상 합법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거부하고 있다고 아프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타임의 관련 질문에 직접 답변 대신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아직 서명할 합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합의가 있다면, 또 폼페이오 장관이 적절한 서명자라면 서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직접 서명을 피하려면 협상을 이끈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특사가 주체가 되거나, 미국과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물론 일본,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가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핵심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타임은 현재 상태라면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공개적으로 협상하고 미군 통제 지역 인근의 폭력을 줄이며 외국 무장세력을 통제지역 밖에 있도록 하는 세 가지 조치를 할 경우 대부분 미군이 내년 11월 말까지 철수하는 합의안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미국의 아프간 관여를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빠르게 다가오는 내년 미국 대선,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 부재를 고려할 때 철군이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미군과 정보 당국자들의 우려다.
또 탈레반 세력이 커질 경우 시민, 인권, 여성 권리의 약화는 물론 반(反) 탈레반군과 법 집행력 약화, 부패 증가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할릴자드 미국 특사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틀간 서로 고함을 지르는 언쟁을 벌였다고 타임은 전했다. 또 할릴자드 특사는 가니 대통령에게 아프간 정부가 전쟁에서 지고 있기 때문에 합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타임은 가니 대통령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9월 마지막 주에 여성 3명을 포함한 15명의 대표단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로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떠나기로 결정하면 우리는 막을 수 없다"는 아프간 당국자의 말을 전하면서 워싱턴에 있는 누가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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