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모디정부 집권 2기 100일…힌두민족주의 강화·경제회생 초점

입력 2019-09-06 11:43  

印 모디정부 집권 2기 100일…힌두민족주의 강화·경제회생 초점
카슈미르 자치권 박탈·동북부 시민권 등록 강화…무슬림계 압박
경제침체에 부양책 제시…5조달러 경제 규모 목표 달성 '난항'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집권 2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6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모디 총리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이끌고 지난 5월 하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 같은 달 30일 총리로 재취임했다.
2014년 총선에서 282석을 얻어 연방하원(543석)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했던 BJP는 이번 총선에서는 의석을 303석으로 더 늘리는 대승을 거뒀다.
카스트, 종교, 지역의 벽을 넘어설 정도로 고른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모디 정부 2기의 지난 100일간 행보는 힌두민족주의 강화와 경제 회생 총력으로 요약된다.


◇ 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아삼주민 190만명은 국적 상실 위기
13억5천만 인도 국민의 80%는 힌두교를 믿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종교적 배경과 견고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모디 정부는 이전 정부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과감한 행보를 펼쳤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힌두민족주의를 토대로 한 연방 주도권 강화다.
대표적인 정책이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 박탈과 동북부 아삼주 주민 시민명부 확정이다. 두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인도 정부는 지난달 5일 잠무-카슈미르주에 허용된 헌법상 특별지위와 주(州) 지위를 박탈했다.
이에 따라 외교와 국방 등을 제외한 분야에서 수십년간 폭넓은 자치를 누렸던 잠무-카슈미르주가 연방 직할지로 편입됐고, 원주민은 부동산 취득, 취업 관련 특혜를 잃었다.
이에 이슬람계 주민이 다수인 현지 주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도 정부가 계엄령에 가까운 통제 조치를 도입했지만, 곳곳에서 시위가 발생,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
인도와 이 지역 영유권을 놓고 다퉈온 이웃 나라 '앙숙' 파키스탄도 거세게 반발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정부의 조치가 현지 이슬람계 주민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파키스탄은 인도와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양자 무역을 중단했으며 양국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중단한 상태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아삼주는 지난달 31일 국가시민명부(NRC)를 최종 확정, 190만명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 명부에서 탈락한 이들이 '외국인'으로 최종 분류되면 각종 복지 혜택이 사라지며 재산권 행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수십년간 살았던 거주지에서 쫓겨나 외국 등으로 추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아삼주 정부는 방글라데시 등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겠다며 시민명부 등록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지 이슬람계를 겨냥한 모디 정부의 힌두민족주의 정책의 하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아미타 샤 인도 내무부 장관은 지난 7월 인도 상원에서 "전국 곳곳의 불법 이민자를 철저하게 찾아내 국제법에 따라 쫓아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외신은 이 같은 인도 정부의 조치에 대해 아삼주의 소수 종족을 겨냥한 '인종청소' 시도라고 비판했다.
아삼주 주민은 총 3천300만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은 무슬림이다.


◇ 모디노믹스에 빨간 불…모디 정부, 대규모 경기 부양책 동원
급성장을 거듭하던 인도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라앉는 분위기다.
인도의 올해 2분기(4월∼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0%로 2013년 1분기(4.3%) 이후 6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의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8.0% 이후 3분기 7.0%, 4분기 6.6% 등 계속 하락세다.
실업률도 2017∼2018 회계연도(매년 4월 시작) 기준 6.1%로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특히 고용 시장, 연관 산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산업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지난 8월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21만4천87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1% 줄어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19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소 폭(-31%)을 기록한 지난 7월의 판매 부진 여파가 이어진 분위기다.

이에 경제 부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모디 정부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중이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증세안 철회, 금융 지원 등이 포함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 7월 제시했던 슈퍼리치 증세 등 과감한 세수 확대안을 전격적으로 거둬들인 것이다.
아울러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과 자국 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 관련 증세 방침도 철회했다.
또 경색된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영 은행권에 7천억루피(약 11조7천억원)의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는 등록세 한시 감면, 법인 구매 차량 관련 세금 비용 처리 폭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간 금지됐던 정부의 신차 구매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인도중앙은행이 연방정부에 1조7천600억루피(약 29조원) 규모의 연방정부 배당금을 수혈하는 방안도 내놨다.
인도중앙은행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4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상태다.
시타라만 장관은 지난달 30일에도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 경제 효율화를 위해 국영 은행권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디 정부는 집권 2기에 100조 루피(약 1천670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인프라 확충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아울러 현재 2조7천억 달러(약 3천230조원) 수준인 인도 경제 규모를 2024년까지 5조 달러(약 6천조원)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하지만 현지 매체는 지금 같은 경제성장률로는 이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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