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단골 참배 가토, 경제관료 입각설 대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내주 개각 후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을 앞세워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가 11일 예정된 개각과 집권 자민당 인사를 계기로 자민당 내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조직인 헌법개정추진본부를 총재 직속에서 정조회장 산하로 옮기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아베 총리는 기시다 정조회장을 이번 인사에서 유임시킬 가능성이 크다.
만약 헌법개정추진본부가 정조회장 산하로 이동하면 개헌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기시다가 개헌 논의의 전면에 서는 셈이다.
2020년에 개정 헌법을 시행하고 싶다고 밝혀 온 아베 총리는 작년 가을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문부과학상을 헌법개정추진 본부장에,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전 총무상을 중의원 헌법심사회의 여당 필두 간사장에 임명해 개헌 논의를 추진했다.
시모무라 본부장은 문부상 재임 중에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기도록 교과서 검정을 주도했고,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가 정부 견해가 아니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인물이다.
신도 간사장은 총무상 시절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비판을 받는 등 우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아베 총리가 강경파 측근을 기용한 것이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며 개헌 논의를 정체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베 총리가 마이니치의 보도대로 조직을 개편한다면 매파 대신 비둘기파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도록 한다는 것이라서 배경이 주목된다.
이는 이른바 '아베 색(色)'를 흐리고 개헌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그간 기시다 정조회장은 전력(戰力)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역시 아베 총리가 기시다 정조회장에게 개헌에 관한 중책을 맡길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그간 꼭 개헌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던 기시다 씨가 전면에 나서면 공명당과 야당이 경원시했던 아베 색이 억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아베 총리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 퇴임 후 자민당 총재직을 물려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설 경우 그간 유지해 온 정치적 노선과 아베 총리의 의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총무회장을 경제 각료로 임명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반복해 참배한 이력이 있으며 최근 한일 갈등이 확산하는 국면에서 강경론을 펼칠 가능성도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