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팬츠-탄성팬츠 등 유사품 수두룩…"국산 제품 경쟁력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소비자들의 거센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이 폭락했지만, 국내 의류 제조사들은 여전히 유니클로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제 불매운동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소비자들의 희망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남성복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신제품 '탄성팬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맞춰 입는 듯한 편안함 덕분에 입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고 해서 탄성 팬츠라고 이름 지었다고 이랜드리테일은 소개했다.
당장 업계에서는 제품의 콘셉트나 이름 모두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 '감탄팬츠'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2017년 '감탄팬츠'를 선보이면서 '입는 순간 편안한 착용감에 감탄한다'고 밝혔다.
신축성이 큰 소재를 사용해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제품 특성뿐만 아니라 '감탄'과 '탄성' 등 마케팅 문구까지 빼닮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내 기능성 내의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유니클로의 '히트텍'(국내 2007년 출시)과 '에어리즘'(국내 2010년 출시)을 떠올리는 국내 브랜드 제품도 여럿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2014년 기능성 발열내의 '온에어'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니클로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이나영 씨를 자사 모델로 발탁했다.
탑텐이 실시하는 정기세일의 이름인 '행복제' 역시 유니클로가 '감사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정기세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BYC가 2010년 선보인 기능성 발열내의 '보디히트' 역시 '히트텍'의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이 있다.
유니클로가 2007년 '울트라 라이트 다운' 경량패딩을 출시한 뒤 국내 업체들이 유사한 상품을 줄줄이 내놓은 것도 비슷한 사례로 해석된다.
최근 이랜드월드의 스파오가 선보인 '로보트 태권브이' 협업 티셔츠는 마징가 제트 표절 의혹과 얽히면서 일본 산케이 신문에 의해 일제 불매운동의 비판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의류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후 불붙은 '애국심 마케팅'이 일제 불매운동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의류 제품과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제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국내 업체에 만들어준 큰 기회"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보고 일회성 이벤트나 제품·마케팅 모방에만 급급해서는 결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손해만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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