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무시무시한 턱 근육 붙어있던 곳 아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시대 초대형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rex)의 무시무시한 턱을 지탱하는 근육이 붙어 있었을 것으로 알려졌던 두개골의 구멍이 사실은 체온 조절 장치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 미주리대학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의학과 해부학 교수인 케이시 홀리데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T.렉스의 두개골에 난 구멍이 체온조절 기능을 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해부학회 저널인 '해부학기록(The Anatomical Record)'에 발표했다.
'후측두 천공(dorsotemporal fenestra)'으로도 불리는 T.렉스 두개골의 구멍은 지금까지 T.렉스의 턱 움직임을 돕는 근육으로 채워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홀리데이 박사 연구팀은 턱 근육이 90도로 방향을 틀어 머리 위까지 연결된다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우선 T.렉스의 두개골 천공과 비슷한 형태 두개골 구멍을 가진 동물을 찾았다.
두개골 구멍은 파충류와 조류 등도 갖고 있으며 약 3억년 전부터 진화를 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룡 중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익룡 등이 두개골 구멍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악어의 두개골 구멍이 T.렉스와 가장 닮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열을 가시광선으로 바꿔주는 열 영상 장치를 이용해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 악어 동물원에 있는 악어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변온동물인 악어가 주변 기온이 낮아 체온을 높이려 할 때는 두개골 구멍 부분에서 강한 열 이미지가 포착돼 체온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낮시간에 기온이 올랐을 때는 이 부분이 어둡게 표시돼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악어가 내부 온도조절 장치를 갖고 있다는 증거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악어가 두개골의 구멍을 혈관으로 채우고 있는 점을 근거로 T.렉스도 두개골 구멍을 지나가는 혈관을 통해 이를 지나가는 혈액을 통해 체온을 조절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T.렉스가 변온동물의 체온조절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했지만 공룡, 특히 T.렉스가 악어처럼 변온동물인지는 아직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변온동물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포유류나 조류 등처럼 항온동물이라는 반박도 있다. 또 변온과 항온동물의 특성을 모두 가진 중온동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적어도 T.렉스의 두개골 구멍이 턱을 지탱하는 근육이 붙어있던 자리라는 지난 100여년의 학설은 현대 동물의 해부학과 생리학을 통해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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