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보도…"빈민가 삶을 넘어 다른 기회로 나아가는 통로"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나이지리아 상업 도시 라고스의 한 빈민가에서 어린이들이 체크무늬 판 주위에 몰려 있다.
이 지역 교사인 툰데 오나코야(24)가 생각하는 방식과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체스 경기에서 적게는 세 살 난 어린이까지 참가한 가운데 수십 경기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다.
오나코야는 어린 선수들에게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라며 "너희들이 승부 결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지더라도 기죽지 말고 다시 집중해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그 자신 경험 많은 체스 선수인 오나코야는 지난해 9월 바쁘고 활기찬 도심에서 밀려난 빈민 지역 이코로두(Ikorodu)에서 '빈민가 체스클럽'(Chess in Slums)이란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의 목표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치고 경기를 할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을의 한 술집 뒤뜰에 텐트를 치고 시작했지만 이 모임은 시작한지 일 년도 지나지 않아 회원들이 열광적으로 모여들었다.
일부 아이들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선수는 필승의 각오로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아주 어린 녀석들은 규칙을 배우기 위해 반복적인 구호를 외치고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아이는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들은 휴대 전화 앱을 이용해 시간을 체크하고 노트 패드에 경기 내용을 기록해 실수를 깨닫고 다음번 승리를 다짐한다.
체스를 두던 한 아이가 "저는 그랜드마스터가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체스는 나이지리아에서 적은 수이지만 열렬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체스연맹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선수들 순위에 있어 186개국 중 88위에 랭크돼 있지만, 아직 그랜드마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다른 보드게임이 더욱 인기가 많은 데 특히 스크래블 게임에는 세계 톱 선수 100위 내에 29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나코야는 체스가 비교적 인기가 없는데 대해 "어려운 게임으로 알려진 데다 아무나 둘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오나코야는 체스가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도입되도록 하기 위해 사립학교들을 돌며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체스가 인지능력, 창의력, 집중력을 키워준다고 믿습니다. 두뇌에 필요한 양식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코로두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체스 클럽을 시작했다. 그는 "이코로두는 가난하고 말썽이 많은 곳"이라며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누군가에게 이코로두로 오라고 하면 크게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 어린이들은 재능이 많으므로 그들을 돕는다면 커다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아이들이 체스를 알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다면 아이들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며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럽은 여러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
열 살 난 여자아이인 오두나요 올루코야는 올 1월 체스클럽에 가입하고서 넉 달 만에 전국체스대회에서 같은 나이 그룹의 우승자가 됐다.
자미우 니닐로오(14)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하다 체스 클럽에 가입하고서 삶이 달라졌다.
어머니가 동네 쓰레기장에서 고철을 줍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올 2월 클럽에 들어온 니닐로오는 이제 가장 훌륭한 선수가 됐다.
지난 4월 토너먼트 경기에서 우승하고 나서 감동한 한 독지가가 체스클럽과 자매결연을 하고 니닐로오의 중학교 학비를 대기로 한 것이다.
니닐로오는 메달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며 "체스가 나를 자동차 정비공이 될 수 있도록 학교에 보내 주었다"고 말했다.
오나코야는 "처음엔 애들에게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자신감을 북돋우려는 의도였는데 그 이상이 됐다.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체스는) 아이들에게 삶이 이코로두를 넘어 훨씬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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