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에게 시급 1.5유로(약 2천원)를 쥐여 주면서 휴일도 없이 노예처럼 부린 농장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7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동부 아풀리아주(州) 브린디시의 한 양떼목장은 작년 5월 서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의 20세 청년을 고용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는 일자리를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곧 지옥 같은 나날을 경험해야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13시간 이상 400여마리의 양 떼를 돌보는 일을 매일 반복해야 했다. 지난 1년 4개월간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받는 월급은 650유로(약 85만6천원)에 불과했다. 시간당 1.5유로꼴이다.
거주할 집도 제공되지 않아 매일 목장 내 소파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등 사실상 '노예 생활'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아직 이탈리아어에 익숙지 않은 데다 이탈리아 정부가 인도주의적 취지로 발급한 체류 허가증을 연장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 5월 체류 허가가 만료돼 사실상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농장주들은 이주노동자의 이러한 절박한 처지를 악용해 장기간 비인간적인 대우를 자행했다.
이들은 심지어 제대로 된 노동 계약도 없이 이 아프리카 청년을 채용하면서 정규직 일자리라고 속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동 계약 및 작업장 안전 규정 위반 등 혐의로 농장주 파트리치아 카로초(37) 등 2명을 체포하고 교도소 수감 또는 가택 연금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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