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룰렛 도박이냐" 자본지출 보류·축소 사례 속출
자본재 수입 2년만에 최소…자본재 신규주문 3년만에 첫 감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정책 때문에 미국 제조업체들의 투자,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고율관세와 악영향이 맞물린 이 같은 추세가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자본지출이나 고용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려는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본지출은 기업이 건물, 공장, 기술, 장비처럼 향후 생산을 위한 자산을 사거나 유지·보수하는 데 쓰는 활동으로, 지금 경기뿐만 아니라 미래 경기까지 가늠하게 하는 변수다.
트럭 제조사인 나비스타 인터내셔널은 최근 몇 달 동안 주문이 급감해 올해 자본지출이 애초 예상보다 25% 줄어든 1억1천5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도 올해 4∼6월에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공구·부품 업체인 일리노이 툴워크스도 올해 상반기 자본지출이 1억5천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억8천100만달러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일부 제조업체는 고정지출 성격이 있는 인건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용까지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인 타이탄 인터내셔널은 매출 감소 탓에 교대근무 작업량이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위축은 다른 재화를 생산하는 데 쓰는 재화인 자본재에 대한 미국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기계·장비 구입 감소로 전년동기 대비 7월 자본재 수입액은 2017년 이후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동기 대비 미국의 자본재 신규주문도 올해 7월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들이 움츠리는 주된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거기에다 트럼프 행정부의 즉흥적 통상정책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화학업체 킴슨 케미컬스의 허브 키미어텍 회장은 미중 교역물품이 어떤 수위의 관세에 노출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경영인들은 정책 급변 탓에 어떤 품목이 고율관세 타격을 받을지도 모르는 형국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IPEG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켈러는 "불확실성이 커져 경영인들이 투자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팝콘 기계, 고양이 용품 등을 만드는 GHL 인터내셔널의 CEO 존 립스콤은 "룰렛을 하란 말이냐"며 "30년간 일궈낸 기업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들의 관세 불만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경영이 시원찮은 약한 업체들이 사업실패를 관세 탓으로 돌린다고 주장했다.
WSJ은 미국 기업들의 사업계획 보류나 투자 감축이 자본재 매출과 노동자 급여 감소로 이어져 미국의 경제성장세를 꺾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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