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주도 사이카와 사장, 닮은꼴 비위 드러나
사측, 곤 전 회장 상대 손배소 방침…"350억엔 이상 피해 야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병규 특파원 =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작년 일본 검찰에 체포되며 해임된 가운데, 검찰 수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 일본인 사장도 부당하게 수억원의 보수를 챙긴 사실이 들통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닛산차는 9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이 오는 16일 자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새 사장이 올 10월 말 공식 선임될 때까지는 야마우치 야스히라(山內康裕) 최고집행책임자(COO)가 대행을 맡는다.
이날 회견에 직접 참석한 사이카와 사장은 곤 전 회장 사건 등에 대한 내부 조사가 종료돼 "어떤 의미에서 (자신과 곤 전 회장이 받은 것이) 구분되게 됐다"며 "조금 빠른 타이밍이지만 이사회에서 논의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를 이런 상태로 만들어 놓고도 한번도 사죄하지 않았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곤 전 회장을 비판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내 규정을 위반해 부당하게 많은 보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임원들에게도 비슷한 행위가 있었다. (카를로스) 곤 체제 시대의 방식 중 하나다"라며 책임을 카를로스 전 회장에게 돌렸다.
닛산차는 자사 주가와 연동해 임원의 인센티브 보수를 결정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데, 사내 조사에서 사이카와 사장이 성과보수를 받는 권리 행사일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2013년 수천만엔(수억원)의 보수를 더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전 회장이 르노를 중심으로 르노그룹과 닛산차의 경영 통합을 추진하자 곤 전 회장의 비위를 검찰에 알리는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이다.
사이카와 사장 등 닛산차의 내부 일본인들은 비밀 팀을 꾸려 곤 전 회장의 비위를 조사했으며 '사법 거래'를 통해 검찰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카와 사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부당 보수' 문제는 공교롭게도 일본 검찰이 곤 전 회장을 체포하면서 적용한 혐의와 비슷하다.
일본 검찰은 작년 11월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보수를 축소 신고했다며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뒤 다른 혐의를 추가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작년 곤 전 회장이 검찰에 체포된 뒤 사실상 닛산차를 이끌어왔다.
닛산차는 경영 주도권 다툼을 둘러싼 암투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미국과 유럽 시장의 판매가 부진하며 4~6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8%나 급감한 바 있다.
한편 닛산차의 기무라 야스시(木村康) 이사회 의장은 이날 저녁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내 조사 결과 곤 전 회장의 부정행위로 회사가 본 피해 총액은 350억엔(약 3천900억원) 이상이라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피해 총액에는 곤 전 회장이 유가증권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수령하려 한 보수 추정액 200억엔 이상(일부는 이미 지급)과 해외주택 구매 등에 회사가 지출토록 한 150억엔 이상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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