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 "이런 연극이 협상 레버리지 준다고 생각해"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위해 탈레반 지도부와 비밀리에 만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트럼프식' 외교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회담 취소'를 발표하며 판을 출렁이게 한 것에 견주는 미 언론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트럼프는 거래의 해결사(deal maker)가 아니라 망치는 사람(deal breaker)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에는 탈레반으로'라는 제목의 칼럼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저녁 트위터 계정에서 "아무도 모르게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려 했다"고 전한 뒤, 미군 요원 등 12명이 숨진 탈레반의 차량 폭탄 공격을 이유로 들면서 "나는 즉시 이 회동을 취소하고 평화 협상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평화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고 했지만, "협상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목전에 둔 지난해 5월 24일 전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했던 전례를 끄집어냈다.
그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한 지 불과 3주도 안 돼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상기하자"며 "이런 종류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트럼프의 협상 레퍼토리에서 하나의 표준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연극'이 자신에게 협상의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는 게 부트의 분석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비밀 회담을 구상했다가 취소한 것을 '트럼프의 도박'이라고 표현하고, "외교정책 승리를 위해 기꺼이 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통신은 "북한과 중국, 이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담하고 비정통적인 외교정책 구상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WP와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 아직 좋은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회동'까지 했지만, 의회 내 보수 진영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깊은 불안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TV용' 영상물은 만들어냈지만, 북미 협상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위한 뚜렷한 진전 없이 수개월 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북한, 중국, 이란과의 협상이 하나같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프간 혼란은 처음부터 '트럼프는 '딜 메이커'보다는 '딜 브레이커'라는 것을 명확히 확신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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