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4형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량의 2배 설치"
(제네바·테헤란=연합뉴스) 임은진 강훈상 특파원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설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IAEA는 이날 낸 성명에서 "7일 현재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에서 IR-4형 22기, IR-5형 1기, IR-6형 30기, IR-6s형 3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라는 사실을 검증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설치를 완료한 원심분리기는 육불화유라늄(UF6) 가스를 주입해 시험할 준비가 됐다"라며 "7, 8일 이틀간 시험 가동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사찰로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런 핵활동은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가동 시기 면에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제한 한도를 벗어난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2026년까지 나탄즈의 농축시설에 초기 모델인 IR-1형 5천60기를 보유할 수 있다.
IR-1형보다 농축 속도가 4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진 IR-4형은 2026년까지 최다 10기까지 캐스케이드를 구성하는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다.
IR-5형은 단 1기만 시험 가동할 수 있고 캐스케이드는 구성할 수 없다. IR-1형보다 농축 속도가 약 10배 빠른 IR-6형은 2024년 하반기부터 최다 30기까지 캐스케이드 시험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6년까지 이들 고성능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농축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IAEA는 또 이란 원자력청이 8일 IR-4형과 IR-2m형 원심분리기 각각 164기로 구성할 수 있는 2개 캐스케이드(다단계 직렬연결 방식)를 수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용 파이프라인 2개를 재설치했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캐스케이드를 구성한 원심분리기에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원심분리기 내부에서 분리된 우라늄 동위원소(U-235, U-238)의 기체 화합물(UF6)을 따로 뽑아낼 때 쓰인다.
이란이 상업용 핵연료 제조에 주로 쓰이는 164기짜리 캐스케이드용 파이프라인을 준비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우라늄 농축을 고려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64기짜리 캐스케이드는 저농축 우라늄 생산에 가장 효율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코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 대행은 "이란 정부는 핵활동과 관련한 안전조치 선언을 이행했는지와 관련한 IAEA의 질문에 신속히 답해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라고 말해 미신고 핵시설이나 핵활동이 있다면 IAEA에 밝히라고 촉구했다.
핵합의 서명국이자 이란의 우방인 중국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인 일방적 대이란 제재와 극단적 압박과 같은 잘못된 접근을 포기해야 한다"라며 "핵합의 서명국은 (이란에 한) 약속을 온전하고 효과적으로 지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란은 미국이 지난해 핵합의를 탈퇴한 뒤 핵합의 서명 당사자인 유럽 측마저 이란과 교역을 사실상 중단하자 5월 8일, 7월 7일, 9월 6일 등 60일 간격으로 3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을 축소했다.
가장 최근 개시한 3단계 조처는 우라늄 농축에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가동 시한을 연구개발용으로 엄격히 제안한 핵합의의 조항을 어기는 내용이다.
이란은 유럽에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핵합의를 다시 모두 지키겠다고 했지만 유럽 측은 아직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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