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천여명 배치해 삼엄한 경비…큰 사고 없이 종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성 소수자(LGBT) 퍼레이드가 열렸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수도 사라예보 중심가에서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약 1.5㎞를 행진했다. '커밍아웃'(Coming Out)이라고 쓰인 팻말을 든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번 행사에는 2천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스니아에서의 사상 첫 LGBT 행사를 지지하고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서방권 대사들도 동참했다.
사라예보에선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 '게이 축제'가 열리긴 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성 소수자 퍼레이드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인구 350만명의 보스니아는 공식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동성애자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참가자는 "보스니아에서는 합법적 동성 결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오늘 사상 첫 성 소수자 행사를 계기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 소수자들의 공개 행사에 반대하는 이슬람 단체 또는 극우주의자들과의 우발적인 충돌에 대비해 폭동 진압부대를 비롯해 1천10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으나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일부 이슬람 단체는 주최 측에 행사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으며, 행사 하루 전인 7일에는 전통적인 가족 제도를 옹호하는 수백명의 시민이 똑같은 루트로 거리행진을 했다.
행사 당일에는 시민 150여명이 사라예보의 한 공원에 모여 퍼레이드 반대 집회를 하기도 했다.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의 게이 축제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폭력집단이 축제 참가자들을 공격해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보스니아는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이 40%로 가장 많고 세르비아 정교(31%), 로마가톨릭(15%) 등이 뒤를 잇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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