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여명 체포…병원 기록까지 뒤지며 시위자 색출
홍콩 학부모들 동원해 '시위 두둔' 교사들 고발
"홍콩, 주택 등 고질적 문제 산적…본토와 협력해 풀어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면서 시위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10월 1일) 전에 홍콩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총동원하는 분위기다.
송환법 철폐로 홍콩 시위를 진압할 명분을 얻게 되면서 폭력 시위 주도자들을 대거 체포함과 동시에 홍콩의 일반 시민과 학생 등 중도층과 온건파 시위대에 대해서는 질서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이달 내 홍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10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송환법 철폐 후 지난 주말의 시위 참여 규모가 수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자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든 시위대에 대해 '매국노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중국 주권과 국익에 도전하는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 9일 100만명, 그달 16일 200만명, 지난달 18일 170만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벌였지만 송환법 철폐 선언 후 시위 열기가 꺾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시위대가 지난 주말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 법안' 통과를 촉구한 점을 주목, 이를 미국과 결탁한 것으로 몰아가면서 '외세 개입 반대'와 더불어 매국노를 처단하자며 적극적으로 검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을 체포했다가 풀어주는 조치를 반복하는 것 또한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홍콩 시위와 관련해 지금까지 총 1천300여명이 체포됐으며 최근에는 병원 치료 기록까지 뒤지면서 폭력 시위 참가자들을 색출하고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에서 "홍콩은 미국의 뒤뜰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홍콩 시민들은 미국의 계략을 알고 개입에 반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폭력 시위대에 의해 도시가 망가지는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홍콩 경찰이 단호히 법을 집행하고 폭동을 진압하며 사회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홍콩 경찰은 홍콩 사회의 안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즈전펑(支振鋒)은 홍콩 시위대가 검은 복면을 쓰고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복면 시위를 금지해 폭동을 멈추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일반 시민과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해 사태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회유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송환법 철폐를 선언한 데는 홍콩의 중고교생들까지 시위에 동참하고 동맹 휴학을 한 게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9일 홍콩의 중고교생 수천 명이 홍콩 전역에서 '인간 띠' 시위를 벌여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 학부모와 경찰 단체는 지난 9일 이번 시위와 관련해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콩 경찰에 대한 증오심을 퍼뜨리고 있다며 고발하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홍콩 사태의 내면에는 주택 부족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해결해 홍콩 젊은이들의 분노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매체는 "홍콩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전문직까지 좁은 주택에 아우성치는 등 직장과 주거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정치적 시위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중국 본토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