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A, 협박에 결국 반박 철회…기관 안팎서 '정치적 압박에 굴복' 비판
내부 반발에 美국립기상청장도 '트럼프 반박' NOAA 직원들 칭찬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주 허리케인 도리안의 이동 경로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을 반박한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고위 관료들에게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해고 협박을 가했다는 보도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주가 도리안의 피해 예상 지역에 포함된다고 발언한 뒤 NOAA 앨라배마 버밍엄 지부와 언론의 반박에도 수 차례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해고 협박에 관해 잘 아는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6일 그리스 출장 중이던 로스 장관이 닐 제이컵스 NOAA 국장 대행에게 전화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NOAA의 반박 입장을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NOAA는 상무부 산하 기관이다.
제이컵스 국장 대행은 이 같은 지시를 즉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로스 장관은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NOAA 소속 임명직 공무원들을 해고할 것을 협박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임명직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행정부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직책이다. 제이컵스 국장 대행을 비롯한 몇몇 고위 관료들이 이에 속한다.
이런 협박에 NOAA는 결국 그날 "일반적이지 않고 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성명"을 발표해 앨라배마가 도리안의 영향권에 들지 않는다는 기존 예측을 철회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NOAA 내부는 물론 과학계에서 NOAA가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NOAA의 크레이그 매클레인 수석 과학자 대행은 9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관 소속 과학자 대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한 NOAA의 결정을 조사 중이라며 이런 결정이 "공중 보건과 안전에 대한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립기상청(NWS) 루이스 우첼리니 청장도 이날 국립기상협회(NWA) 콘퍼런스에 참석해 NOAA 버밍엄 지부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맞선 것은 "공공 안전이라는 단 한 가지를 명심한" 소신있는 결정이었다며 치켜세웠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에 청중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우첼리니 청장은 현장에 있던 버밍엄 지부 직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트윗을 통해 앨라배마를 피해 예상 지역 중 하나로 꼽으며 주의를 당부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온 직후 NOAA 버밍엄 지부가 "앨라배마에 도리안의 영향은 없을 것이다. 반복하지만, 앨라배마 전역에 허리케인 도리안의 영향은 없다. 허리케인은 훨씬 동쪽을 지날 것"이라는 안내 글을 올렸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앨라배마 걱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와 연방재난관리청(FEMA) 브리핑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거듭 앨라배마를 거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초기 예측에서 앨라배마도 피해 예상 지역에 포함돼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할 지도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 지도에는 누군가 검정 펜으로 플로리다주의 경계를 넘어서 앨라배마 남부까지 피해 범위를 표시하는 선을 손으로 그어놓아 논란을 가중시켰다.
앨라배마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압승한 곳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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