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으로 밀수사건 핵심 역할"…타마낫 "정적들의 모함" 부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농업부 차관이 20여년 전 호주에서 마약 밀수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체포돼 4년간 복역했다는 호주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SMH)는 전날 법원 판결문을 인용, 타마낫 쁘롬뽀우 태국 농업부 차관이 지난 1993년 헤로인 3.2㎏ 밀수 범죄에 연루돼 호주 현지에서 징역을 살았다고 보도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 소속 의원인 타마낫은 이미 지난 7월 차관직에 언급될 때 관련 의혹이 제기돼 적절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 법률문제를 총괄하는 위사누 크루어-응암 부총리는 태국 법원에서의 유죄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내각 자리를 맡는 데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두둔했다.
태국 정가 일각에서는 타마낫 차관이 호주에서 복역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보도 전까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했다.
타마낫 차관도 의혹이 제기될 당시 언론에 불행하게도 헤로인 밀수범들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었을 뿐이라면서 헤로인 밀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단지 경범죄로 체포돼 몇 개월간 구류를 산 뒤 풀려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타마낫 차관은 "호주 시드니에서 4년간 평범한 삶을 살았다.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시드니 법원에 물어보면 될 것"이라며 자신감마저 내비쳤다.
그러나 '타마낫의 주문'대로 법원을 상대로 취재한 SMH 보도에 따르면 당시 마낫 봇롬이라는 이름을 썼던 타마낫 차관은 헤로인 밀수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이었다.
헤로인 밀수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헤로인을 운반 담당의 비자 발급을 돕고 항공권까지 사주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이었다는 게 SMH의 보도 내용이다.
이복형제 및 호주 조직원 두 명과 함께 체포된 타마낫 차관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해 징역 9년 형이 선고됐지만, 이후 범행을 자백해 4년간의 가석방 금지가 포함된 징역 6년으로 감형됐다고 SMH는 전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타마낫 차관은 체포 당시 태국 내 사법부나 경찰 쪽 고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그는 이복형제와 함께 약 4년간 복역한 뒤 1997년 석방 직후 태국으로 추방됐다.
호주 언론의 보도에 대해 타마낫 차관은 자신을 헐뜯으려는 세력들에 의한 또 다른 시도에 불과하다며 "기사를 믿지 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은 정적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각의 누구도 이 일에 대해서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타마낫은 농업부 차관이지만, 연립정부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정치적 존재감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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