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선장 간 책임 논란도 예상…美 당국, 조사 본격화
선적차량 '전손 처리' 가능성…현대글로비스 가입보험 최대 10조원 보상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김동규 기자 =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의 선원들이 10일 모두 무사히 구출됨에 따라 사고원인 조사와 피해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골든레이호는 단독으로 전도돼 사고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선사가 운항하던 상황으로 선장과 귀책 사유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4천여대에 이르는 골든레이호에 선적된 차량은 선박이 거의 90도로 넘어짐에 따라 전손으로 보험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선원 구조되자 환호성…"놀라운 일, 최고의 순간" / 연합뉴스 (Yonhapnews)
◇ 도선사가 수로 운항 중 사고…선장과 책임 공방 전망
이번 사고가 난 곳은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구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이동하는 수로 구간이다.
골든레이호는 다른 선박이나 암초와 충돌해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옆으로 기울어지는 이례적인 사고여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고원인 조사는 미국 해안경비대(USCG)가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참여했다.
USCG의 키트 페이스 대변인은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사고 당시)지나가는 선박들의 근접성은 틀림없이 조사될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조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브런즈윅 지역 언론은 주민 목격담을 인용해 골든레이호가 항구 밖으로 나갈 때 수로 안쪽으로 들어오던 일본 선사의 자동차운반선이 근접했던 것이 사고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했다.
그러나 USCG와 현대글로비스 등은 현재로선 사고원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사고 직후 대피한 선장과 일등항해사 등에게 구조작업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으며 선장 등은 이날까지 USCG와 구조 현장에 투입됨에 따라 아직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운 전문가들도 사고 당시 상황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섣불리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사고 지점의 수심이 11m로 알려졌는데 평형수를 많이 뺀 상태에서 운항했다면 화물의 위치에 따라 변침에 따른 복원력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해상 사고는 변수가 많아서 추측조차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인 도선사가 운항하며 외항으로 빠져나가다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 소속 선장과 귀책 사유를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선사가 비교적 좁은 수로를 따라 도선하는 과정에서 선장도 조타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선사의 책임 여부는 사고 원인에 따라 다르고, 해당 국가의 법 제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전남 여수 GS칼텍스 원유 2부두에서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사고 당시 도선사는 구속되고 선장은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 차량 4천여대 전손 처리 가능성…'최대 10조원 보상' 보험에 가입
소형차 7천4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골든레이호는 사고 당시 미국에서 중동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4천여대를 싣고 있었다.
차량은 기아차[000270]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것과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것이다.현대글로비스는 화주와의 계약 관계에 따라 완성차 업체명이나 차종, 피해 상황 등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골든레이호는 내부에 선적한 차량을 고박했지만, 풍랑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선박이 90도로 기울어진 현 상황에서는 차량이 모두 아래로 쏟아져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산정은 보험사가 진행하지만, 현재로서 차량은 모두 전손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골든레이호와 관련해 선체보험과 선주책임상호보험 2개에 가입해 모두 피해액이 보험으로 처리된다.
차량 피해는 선주책임상호보험으로 보상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영국보험조합에 최대 82억달러(약 9조8천146억원)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정확한 차량 대수와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당 5천만원으로 가정해 4천대를 전손 처리하면 약 2천억원을 보험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선원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돼 인명피해도 미미하며 선박유 유출 등 해상환경피해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 보상은 대부분 화물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든레이호 역시 전도된 데다 구조 과정에서 선박 일부를 절단해 피해가 발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선체 피해에 대비해서는 현대화재해상보험에 최대 1천47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선체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상 문제도 사고조사가 마무리돼야 과실 정도를 따져 처리될 것"이라며 "보험으로 보상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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