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 "홍콩은 새 냉전시대의 베를린"…독일 외무장관도 만나
친중 재벌은 유엔 인권이사회서 "시위대, 홍콩시민 대표 안 해"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윤구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대와 중국 정부 사이에 각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치열한 국제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만났다.
조슈아 웡은 베를린에서 "우리가 새로운 냉전 시대에 있다면 홍콩은 새로운 베를린"이라면서 "자유 세계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우리와 함께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지금 자유 세계와 중국의 독재가 싸우는 방어벽과 같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통령이 아니라 황제"라고 비판했다.
웡은 베를린에 이어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방문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여론 붐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이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홍콩 시위 사태와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을 알리고, 미 의원들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미 의원들에 의해 지난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중국 정부는 이에 강력히 항의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이 홍콩 분열 분자가 입국해 반(反)중국 분열 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마스 장관은 공공연히 이런 인물과 접촉했다.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면서 "중국은 이미 독일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일부 정객이 "정치쇼"를 벌이며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슈아 웡에 맞서 중국도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할 계획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카오 카지노 재벌의 딸인 팬시 호와 홍콩 최대 재벌그룹 중 하나인 맥심 그룹 창업자의 딸인 애니 우는 이날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홍콩 시위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발언을 한다.
이들은 미리 공개한 연설문에서 "소수의 급진분자가 750만 홍콩시민의 견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홍콩 시민들은 조직적이고도 계획적인 폭력 행위를 결코 허용해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환법은 좋은 의도로 추진됐지만, 급진적인 시위대가 이를 '납치'해 홍콩 정부의 권위를 해치기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7월 30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에 총을 겨눈 경찰을 포함해 홍콩 경찰 10명을 다음 달 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 초대해 홍콩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과시할 예정이다.
당시 홍콩 콰이청 경찰서 앞에서는 한 경찰이 산탄총처럼 보이는 총을 들고 나타나 경찰서를 포위한 시위대를 조준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콩 경찰은 이 총이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빈백건(bean bag gun)'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홍콩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반면에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이 경찰이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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