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직접 접촉하며 위기 극복 시도…분열 획책 비판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축하면서 내각에서 쫓겨난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가 최근 부쩍 '장외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정가의 관심을 끈다.
지난 연정에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지낸 살비니는 9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가 하원의 신임 투표에 앞서 새 연정의 정책 연설을 하던 시점에 등원을 거부하고 의사당 밖에서 열린 좌파 포퓰리즘 연정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작년 6월부터 1년 2개월 간 연정을 함께 꾸린 전략적 동지였던 콘테 총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살비니는 지난달 8일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기하며 정국 위기를 부른 장본인이다.
강경 난민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치솟은 그는 조기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을 노렸으나, 앙숙이던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돌연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또 다른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살비니는 새 연정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되찾아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탈리아 국민 대다수는 총선을 원한다. 폐쇄된 공간에 있는 그들과 거리에 나온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의 분열은 뚜렷하다"며 적과 아군을 구분 짓는 전형적인 '정치적 갈리치기' 어법을 구사했다.
또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내각 직책에 연연하는 '모리배'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들은 앞으로 영원히 정치판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살비니는 새 연정이 구성된 뒤 부쩍 장외 투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달 19일 로마에서 대규모 대중집회도 열겠다고 선언한 그는 지지자들에게 수시로 거리를 점령해 항의 시위를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에 이어 원내 3당 소속인 그로선 허약한 원내 입지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정치 역학적 분석도 있지만 선동·분열 정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의 이런 정치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갑작스러운 좌파 성향의 연정 구성에 당황한 우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본인이 조성한 정국 위기를 거치며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376만명으로 10만명이나 증가했다.
7∼8월 사이 그의 포스트를 공유하거나 코멘트를 다는 등 반응을 보인 빈도 수도 1천470만개로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데이터를 구축한 이탈리아 토리노대 한 연구원은 "살비니의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지지자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포스트의 성향 역시 더 전투적이고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살비니가 자신의 오판으로 내각에서 축출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당분간 '원외 투쟁'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동맹은 지지율이 40%에 육박했던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 즈음과 비교하면 다소 빠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원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2%에 달한다는, 살비니에겐 다소 희망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살비니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어떻게든 단시간 내에 장외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살비니의 이러한 정치적 움직임이 이탈리아의 정치적 안정을 희생 시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뺄셈 전략'이라는 점에서 연정 파기에 이어 또 하나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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