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속 고용 서프라이즈…정부 "정책효과 컸다"

입력 2019-09-11 14:55  

경기부진속 고용 서프라이즈…정부 "정책효과 컸다"
정부 "양적·질적 개선 뚜렷"…전문가 "아직 질적 개선으로 보기 어려워"

(세종=연합뉴스) 이 율 이대희 기자 = 지난달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동반 개선된 것은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고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영향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재정을 풀어 만든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의 정책효과도 컸다.
취업자가 45만명 넘게 늘며 고용률이 8월 기준으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실업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경기 부진은 여전한 상황이어서 고용과 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질적 개선을 놓고는 평가가 갈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고용의 양적, 질적 개선추세가 뚜렷해졌다며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전문가 사이에선 60세 이상, 저임금 직종에서 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아직 질적 개선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 서비스업·60대이상 취업자 고용회복 견인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45만2천명 늘어 증가 폭이 상반기 평균(20만7천명)보다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서비스업 취업자가 39만9천명 늘어 고용회복을 이끌었다. 11개월째 늘어난 가운데 증가 폭도 커졌다.
업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4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10만4천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8만3천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6만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4만4천명) 등에서 취업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효과가 10만명가량 되는 가운데, 중국 등에서의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만4천명 줄면서 17개월째 감소했다. 다만 감소세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의 감소폭을 보인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모습이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올해 들어 자동차와 선박 분야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39만1천명이나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연령대별 고용률을 보면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상승했다.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7천명 줄면서 고용률도 78.5%로 0.2%포인트 하락했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46개월째 줄어들고 있지만, 감소 폭은 축소됐다.
정부는 청년(15~29세)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로 15개월째 상승한 점에도 주목했다. 해당 연령대 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취업자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5천명 감소한 가운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만8천명 늘어난 1천633만명에 달했다. 증가율은 1.0%로 15세 이상 전체 인구 증가율(0.8%)을 웃돈다.
특히 '쉬었음' 인구는 34만9천명 늘어난 217만3천명으로 8월 기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 증가 폭은 2011년 1월(35만4천명)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쉬었음 인구는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조기퇴직·명퇴 등으로 인해 쉬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 정부 "질적 개선 뚜렷" 진단…전문가 "지속할지 지켜봐야"
정부는 고용의 양적, 질적 개선추세가 뚜렷해졌다고 평가한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고용 개선이 서비스업이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용의 양적 개선과 함께 질적 개선추세가 뚜렷하게 지속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온 만큼, 이는 정책효과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런 고용개선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질적 개선도 병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60대 이상 임시근로자나 단기적이고 저임금인 숙박음식점업 등 전통서비스업에서 고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둔화하고 있어 고용증가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자 증가폭 45만2천명을 연령별로 뜯어보면 60대 이상이 39만1천명"이라며 "고령자 일자리는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단기 일자리일 뿐이며, 실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약 6만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8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는 3천명으로 기저효과 역시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고용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그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자리가 늘어난 업종이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업종이어서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용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취업자 증가 폭은 전달보다 약 15만명 확대됐는데 이는 조선업 수주가 늘어나며 관련한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가 증가로 전환하면서 약 5만명이 늘어난 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취업자 증가를 제조업 일부에서 받쳐줬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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