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브렉시트…英 입장 불분명하고, EU에 연장 제안도 안해"

입력 2019-09-11 17:29  

"안갯속 브렉시트…英 입장 불분명하고, EU에 연장 제안도 안해"
"영-EU 협상도 기대 높지 않아…존슨, '안전장치' 대안도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브렉시트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미국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달 중순에 조기 총선을 치러 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뒤 EU와 아무런 합의가 없더라도 브렉시트를 강행하려고 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계획이 의회 반대로 무산된 데다가 영국 의회가 오는 10월 중순까지 휴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 관심은 EU가 브렉시트를 추가로 연장할지 여부와 향후 1주일에 두 번씩 진행될 영국과 EU 간 '기술적 협상'에 쏠리고 있다.
양 측은 11일 기술적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는 않다.

우선 이번 협상은 전면적인 협상이 아닌 데다가 이미 지난주 몇 시간 동안 대좌했지만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EU 측 관리들은 영국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의회에서 과반 의석이 붕괴한 존슨 총리가 의회에서 어떤 것을 관철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이 무엇보다도 문제라고 지적한다고 CNN은 전했다.
한 EU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가 협상을 원한다고 믿지만, 어떤 타입의 협상을 말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최근에 영국 협상팀으로부터 구두로 EU가 캐나다와 체결한 무역 협상과 비슷한 협상을 영국 측이 추구한다는 암시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물론 문서로 된 어떤 제안도 받지 못해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존슨 총리가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브렉시트의 운명을 예측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의회는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EU에 계속해서 종속될 수 있다면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을 세 차례나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0일 사실상 연립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대안으로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 있는 아일랜드해(海)에 '세관 국경'(customs border)을 설치하는 이른바 '올 아일랜드(All Irland)안'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는 양측간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축과 농산물에 대해선 관세는 부과하지 않고 검역만 시행함으로써 아일랜드섬의 경제적 통합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계획은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북아일랜드 의회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같은 영국 영토인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관세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일랜드섬의 경제적 통합성은 살릴 수 있지만 하나의 국가인 영국 전체의 통합성을 거스르게 되는 것이다.
또 북아일랜드 의회는 영국통합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간 갈등으로 지난 2년 이상 의회 기능이 정지돼 있어 만약의 경우 비토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의회가 복원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일랜드해에 영국 본토인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잇는 34km(21마일) 길이의 교량을 구축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앞둔 가운데 오는 11월부터 새로 출범하는 EU의 집행위원단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의 무역 협상을 담당할 통상 담당 집행위원에 아일랜드 출신으로, 브렉시트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필 호건 현 농업담당 집행위원을 내정했다.
물론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을 총괄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계속해서 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호건 집행위원의 '등장'이 주요 국면에서 협상의 물길을 바꿔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탈퇴를 앞둔 영국은 차기 EU 집행위원단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는 10월 31일 이전에 EU가 추가로 브렉시트 연장을 허용할지도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의결했지만, 아직 EU는 이를 공식 제안받지 못했다. 또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느니 도랑에 빠져 죽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이 언론에 밝혔듯이 "다음 조치는 전적으로 영국의 손과 영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조처를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안드레아 리드솜 영국 산업부 장관은 11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내달 17일 EU 정상회의에서 EU와 협상을 타결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드솜 장관은 "우리의 초점은 10월 17일 EU 정상회의가 열릴 때 훌륭한 협상을 타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창조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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