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표 혼돈'…美행정부 난맥상 속 외교안보 불안정·충동성 우려 재연
CNN "볼턴 퇴장은 북한의 승리"…"미국의 외교, 더 충동적으로 갈 것"
'투톱' 파워게임, 폼페이오 승리로…"운전석 앉아 외교안보 영향력·입지 강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축출'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취임 후 3년도 안 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장을 세 번째로 갈아치운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내 혼란 및 난맥상을 다시 한번 보여준 일이란 지적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과 '파워게임'을 벌여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등 내부 권력 구도에 변화를 몰고 온 가운데 주요 외교 현안에서 사사건건 '노(No)'를 해온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스타일'이 '브레이크' 없이 가속화될 수 있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특히 재선 국면에서 내세울 외교적 치적에 목말라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걸림돌'로 작용한 볼턴 보좌관을 '제거'한 뒤 북한·이란 문제 등과 관련, 대외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섣부른 합의에 나설 위험도 있다고 일부 미언론이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 해고 발표 하루만인 이날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후 보상) 발언이 큰 잘못이었다면서 대북 대응 문제도 경질의 한 사유였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체제보장 메시지를 던지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CNN방송은 "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적인 리얼리티쇼를 무효화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다"며 "볼턴의 퇴장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보다 비둘기파적인 본능을 마음껏 표출할 자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의 외교는 더 충동적이고 덜 전략적으로 될 것이며,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과 같은 상징적 순간들을 만드는 데 좀 더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존 개러멘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종종 그가 마음속에 정확히 무엇을 담아두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며 "혼돈이 이 시대를 지배한다"고 비판했다.
CNN은 특히 주요 외교 현안과 관련, '협상의 대가'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장담한 '큰 승리'에 대한 성과를 거의 얻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정책의 승리를 몹시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포함, 이란·중국·러시아 문제와 관련해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앞서 허울뿐이더라도 아프간과 이란, 북한 등에 관한 일련의 합의에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국면에서 내세울 상징적 업적을 찾는 과정에서 노벨상 수상 등을 열망해왔고, 볼턴 보좌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인식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CNN은 "지렛대나 전문지식의 부족함을 감안할 때 트럼프 팀은 외교정책 돌파구를 짜내는데 고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사실 이는 북한의 승리"라며 북한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이간질하려고 시도해왔다면서 이번 경질이 시점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밝힌 가운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련의 긴급한 국가안보 현안에 직면한 가운데 볼턴 보좌관을 내쫓음으로써 취임한 지 3년도 안 된 상태에서 4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을 맞게 됨에 따라 고위 참모들 사이에서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표 혼돈'이 또 하나의 시작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더 힐은 경질 후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갖겠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볼턴 보좌관이 침묵을 깰지도 모른다면서 "이는 어젠다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백악관에 또 하나의 두통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불안한 동거'가 결국 파국을 맞은 가운데 그동안 폭스뉴스 출연 등을 통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그동안 계속돼온 외교·안보 '투톱'간 파워게임이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승리'로 귀결됨에 따라 폼페이오 보좌관 쪽으로 외교·안보 분야 영향력의 무게추가 쏠리게 된 흐름이다.
자기주장 관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볼턴 보좌관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에 주력하며 '트럼프에게 속삭이는 자'라는 별명을 얻어왔다고 미언론들은 전했다.
WP는 "볼턴의 퇴장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운전석에 앉게 됐다"며 스타일이나 기질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던 볼턴 보좌관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됨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운신 폭이 커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사실 볼턴 보좌관과 마찬가지로 '매파'이지만, 볼턴 보좌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북한과 이란, 탈레반과의 협상 의향을 피력해오는 등 '트럼프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내년 상원의원 출마 가능성이 거론돼온 폼페이오 장관의 거취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WP는 내다봤다. WP는 "이란과 북한, 아프간 등의 현안이 산적한 위태로운 시기를 맞아 연속성 차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외교정책은 국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닌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인 만큼, 볼턴의 '퇴장' 여파가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더힐도 볼턴의 퇴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보다 확고하게 해줬다고 분석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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