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수당 가로채고, 주54시간 구걸 시켜"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미국 남부의 개신교 교회가 운영하는 자활단체가 노숙자를 강제 구걸 등 '노예 노동'으로 착취한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났다.
미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검찰은 캘리포니아주(州) 엘센트로에 있는 '임피리얼 밸리 교회' 소속 빅터 곤살레스 목사(40) 등 종교 지도자 12명을 강제 노동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1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곤살레스 목사 등은 노숙자 그룹홈(자활 공동체)을 운영하면서 노숙자에게 지급되는 복지수당과 푸드스탬프(식품 교환권)를 가로채고 그들을 거리로 내보내 구걸을 강요하거나, 땅콩과 껌 등을 팔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숙자들은 일주일에 많게는 54시간 동안 구걸하고, 구걸한 돈은 모두 교회에 바쳐야 했다. 몸이 아픈 입소자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룹홈 창문은 열지 못하게 못질이 돼 있었으며, 한 17세 입소자는 유리창을 깨고 탈출한 뒤 이웃집에 들어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지검의 로버트 브루어 검사는 "피고들은 교회 지도자의 권한을 남용해 취약한 노숙자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으로 노숙자들을 착취하는 충격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브루어 검사는 "남부지검에서 이처럼 심각한 강제 노동 사건은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피고 중 일부는 기소 인정여부 심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임피리얼 밸리 교회 측은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추후 입장문을 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1970년대에 설립된 임피리얼 밸리 교회는 교세를 빠르게 확장해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라스베가스 등 전국 각지에 30곳이 운영 중이다.
교회 설립자들이 은퇴한 후 2013년 곤살레스 목사가 관리 권한을 넘겨받았다.
교회 산하 그룹홈은 지역사회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자활단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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