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우다, 교육칙어 "현대에도 통용"…취임 일성부터 논란 발언
'사학스캔들' 연루 인사 문부과학상 발탁 자체가 부적절 비판 거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인 극우 인사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가 문부과학상에 취임하자마자 제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터부시돼온 '교육칙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전날 문부과학상에 취임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육칙어에 대해 "개인으로서는 현재의 문장으로 바꾸면 효도라든가 친구를 중시하는 것이라든가 매일매일 생활 속에 참고가 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칙어 자체를 떼놓고 본다면 친구를 중시하는 부분은 현대에도 통용된다"며 "나 자신이 (교육칙어에서) 가치를 찾아낼 내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교육칙어는) 헌법, 교육기본법 제정에 따라 법제상 효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明治) 일왕의 명으로 발표된 제국주의 시대 교육의 원칙이다. 국민의 충성심과 효도심이 국체의 정화이자 교육의 근원이라고 선언하는 등 제국주의 일본의 사상을 담고 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아베 정권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베 정권 초기 정권 차원의 교과서 개입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문부과학상 내정 소식이 나올 때부터 그가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 사상을 교단에 전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는 자민당이 학교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난징(南京)대학살 등을 기술하는 방식을 문제 삼아 출판사 담당자들을 불러 사실상 압박할 때 관련 작업팀의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폄하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이 변해서 올바른 기술을 하고 있다"며 "교과서 검정에 정치적 관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교육칙어와 관련해서는 전임인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전 문부과학상도 작년 취임 직후 교육칙어를 현대적으로 정리해 가르치는 것에 대해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기우다의 문부과학상 취임을 놓고는 그가 사학스캔들 관련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아베 총리가 친구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인 '가케학원 스캔들'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관방부(副)장관이던 2016년 그가 문부과학성 국장에게 아베 총리의 이름을 거론하며 수의학부 신설을 압박한 내용이 담긴 정부 내부 문서가 2017년 공개됐었다.
그는 지난 2013년 아베 총리와 가케 고타로 이사장과 야외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야권이 이런 하기우다가 문부과학상의 수장이 된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설명을 해왔다. 당시의 문부과학상에게서 사죄를 받기도 했다"고 변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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