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내친 트럼프, 北에 계속 손짓…연내 3차 핵담판 성사 주목

입력 2019-09-13 11:53  

볼턴 내친 트럼프, 北에 계속 손짓…연내 3차 핵담판 성사 주목
다시 빨리 돌아가는 비핵화협상 시계…'9월 하순' 실무협상 결과 관건
대선국면서 외교성과 급한 트럼프, 北과 합의 서두를 가능성 시선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을 내비침에 따라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긴 했지만, 북한의 '9월 하순 대화 제안'으로 한동안 멈추어 서 있던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분주히 돌아가게 된 와중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성사 가능성이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공교롭게 북한이 극심한 반감을 보여온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에 마음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걸어온 볼턴 전 보좌관의 '퇴장'을 계기로 대북 문제를 비롯, 주요 외교현안에서 관여 드라이브를 가속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미 조야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며칠간 그가 북한을 향해 타전해온 유화 메시지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하순경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지난 9일 밤(한국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11일에는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 배경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전 보좌관의 입에서 나왔던 '리비아 모델(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발언을 상기하며 "큰 잘못"이라고 공개 비난, 김 위원장에게 강력한 체제 안전보장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의 '눈엣가시'였던 볼턴 전 보좌관 경질을 대북 협상 동력의 매개로 삼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함에 따라 이달 내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 가동을 발판으로 '폼페이오-리용호 라인'의 북미 고위급 회담을 거쳐 '연내 3차 핵담판' 성사에도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로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달 하순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미 간 실무협상 속도에 따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둘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올해 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간표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 계산법'을 미국 측에 요구한 시한이다.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외교 치적을 필요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연내 3차 담판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외교 현안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라고 여겨진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한 것을 계기로 외교 치적 만들기를 서두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3차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자칫 섣부른 합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미 조야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을 내쫓으면서 또다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 편을 들었다"며 김 위원장의 비위를 맞춰 양자 협상을 재점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꼬집었다.
CNN방송도 전날 '협상의 대가'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승리를 몹시 원한 나머지 "2020년 대선에 앞서 허울뿐이더라도 아프간과 이란, 북한 등에 관한 일련의 합의에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실무협상에서 일정한 성과 없이 3차 핵 담판에 나설 경우 재선 가도에서 오히려 역풍에 부딪힐 것이라는 부담도 적지 않는 만큼, 실무협상의 결과가 결국 3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북미가 '하노이 노딜'에서 확인한 간극을 좁히느냐가 실무협상의 성과와 그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북한의 새 계산법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켜보려고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한 측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목표는 그대로"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재확인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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