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사법부는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적발돼 기소된 여성이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이 여성이 혐의를 자인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사법부는 "해당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체포돼 풍기를 문란케 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라며 "이 여성이 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한다고 말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했다는 이유로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보도는 날조된 소문이다"라며 "그런 유언비어는 여론을 혼란케 하고 외국인과 적들에게 (이란을 비판하는) 재료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축구를 좋아하는 이란 여성 사하르 호다야리(30)는 올해 3월 자신이 응원하는 이란 프로축구팀 FC에스테그랄의 경기를 보려고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 입장하려 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이 금지된 탓에 그는 남장하고 들어가려 했지만, 출입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재판을 앞둔 이달 1일 법원 청사 앞에서 분신해 심한 화상을 입었고 9일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일부 현지 언론은 그가 징역 6개월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호다야리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에 이란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런 여론에 대해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여성 출입구, 화장실, 남녀 분리 관람석과 같은 시설이 아직 없어 여성 입장 허용은 이르다"라며 "경기장에서 팬끼리 서로 욕설을 하고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어서 여성이 입장하기에 좋은 실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부터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불허했다.
이런 관행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성희롱·성추행,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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