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짜 술 판매 엄중단속 포고령…사형 경고"<도쿄신문>

입력 2019-09-16 10:57  

"北, 가짜 술 판매 엄중단속 포고령…사형 경고"<도쿄신문>
가짜 송악소주 사건 계기…"관련자들 지난 5월 공개처형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북한에서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가짜 술이 나돌아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포고령까지 내려가며 단속에 나섰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입수한 해당 포고문의 사진을 지면에 게재했다.
지난 6월 11일 북한 치안담당 기관인 인민보안성 명의로 발표된 포고령의 표제는 '가짜상품을 만들거나 밀수·밀매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에 대하여'다.



인민보안성은 이 포고문에서 돈벌이에 눈먼 일부 사람들이 가짜 술과 약품을 제조, 밀수, 밀매해 북한 사회주의 경제제도와 국민 생명·건강을 해치고 있다면서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관계기관에 즉각 신고하라고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포고문에는 '감독통제기관은 절대로 금품을 받고 위법행위를 묵인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있다며 단속을 둘러싸고 뇌물수수 같은 부정이 일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고문은 또 향후 1개월 이내에 자수할 경우 관대하게 처리하겠지만 중대한 위반행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포함한 엄벌에 처하고, 해당자의 가족은 추방한다고 명시했다.
북한 당국이 포고문까지 내면서 가짜상품을 본격적으로 단속하는 계기가 된 것은 올해 3월경 발생한 가짜 '송악소주' 사건이라고 도쿄신문은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분석했다.
개성시 특산품인 송악소주는 도토리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만든 증류주로 북한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을 섞은 가짜 송악소주가 나돌아 이를 마시고 실명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랐고, 심지어 조선노동당 간부와 인민군 고위 간부의 자제 중에서도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북한 당국은 당시 조사에 착수해 가짜 송악소주를 만든 사람과 그의 부인, 메탄올을 조달한 사람을 체포했다며 이들은 지난 5월 평양에서 공개 처형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북한 소식통은 도쿄신문에 "지금까지 (북한에서) 가짜 물품 사건은 빈번했지만, 당국이 포고를 낼 정도로 중대하다고 본 것은 고위 간부 친족에까지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난 4월 북한 각지에서는 송악소주를 마시지 말라는 주민 대상 강연회가 열렸다.
또 송악소주 진품을 생산하는 국영개성송도식료공장이 엄격한 검열을 받은 뒤 이번 사건에 격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폐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가짜 술이 유통된 사건을 계기로 진품을 만드는 공장까지 폐쇄한 것은 과한 조치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북한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송악소주는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에서도 인기 있는 술이지만 지금은 손님들에게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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