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이 14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불이 난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 시설의 가동 중단으로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하루에 1천만 배럴가량을 생산하는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 기준으로도 5% 정도라고 하니 국제 유가 상승은 당분간 불을 보듯 뻔하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가 급등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개장 초반에 배럴당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2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장 초반에 배럴당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고, 런던 ICE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가 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에 몰려 있는 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하는 곳으로, 하루 처리량이 700만 배럴에 달하는 글로벌 원유공급의 심장부로 비유되는 곳이다.
이번 공격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란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적 배경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30% 안팎을 사우디에서 들여온다. 최대 수입국의 석유 시설 심장부가 마비된 상황인 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니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한국은 하루 3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국제 유가가 뛰면 석유류 제품의 생산단가가 오르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등 기초유분 가격도 덩달아 올라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석유화학 제품과 석유제품의 수출량을 합치면 968억2천만달러(2017년 기준)로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량이 많다.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만만찮아 보인다.
한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 방식으로 원유를 들여온다. 공급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계약으로도 어쩔 수 없다. 사우디가 얼마만큼 빠르게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느냐가 관건이다.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생산시설이 심각하게 파손됐다면 복구도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원유 수급 상황과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하며 잠재적 피해 최소화에 진력해야 한다. 사우디 등이 비축량을 풀겠다고 하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비축량 자체가 턱없이 적다.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것도 대체 수입선 확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단계'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사우디는 물론 우리 비축 물량까지 풀면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시설복구가 장기화할 경우에도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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