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교회 폭탄테러' 추모행사 참석해 "美역사에서 인종주의 청산 못했다"
과거 인종 발언으로 비판받지만 바이든 향한 흑인 지지 큰 변화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오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장 뿌리 깊은 병폐 중 하나인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쟁점화하고 나섰다.
지난 1963년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인 KKK(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단원들의 폭탄테러로 4명의 흑인 소녀들이 희생된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침례교회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해서다.
당시 이 사건은 흑인 인권운동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당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흑인에 대한 증오는 현재까지 죽지 않았다며 미국 사회는 여전히 백인우월주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백인우월주의가 건국 이전부터 미국이 내세워온 가장 숭고한 이념의 적이 돼 왔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설에서 당시 희생된 네 명의 흑인 소녀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이와 같은 폭력은 과거에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형'임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교회 테러, 2018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인 사원 테러, 지난 8월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역사의 페이지에서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가끔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대권을 향한 그의 야망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16번가 침례교회'라는 역사적 장소에서 행한 그의 연설은 이번 대선에서 인종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이라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KKK단의 집회와 샬러츠빌의 신(新)나치들을 보고 난 뒤 2020년 대선에 뛰어들기로 결실했다고 밝히는 등 인종주의를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한 채 갈라져 있는 미국을 치료하는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다.
대선에 본격 뛰어든 뒤에는 과거 인종차별철폐정책에 반대하는 견해를 가졌었다는 의혹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자신은 지난 수십년간 흑인 인권을 위해 일해왔다고 반박해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도 흑인이 대부분인 청중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16번가 침례교회 폭탄테러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잘 나가던 로펌을 그만두고 공직에 뛰어들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뿐만 아니라 최대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같은 다른 후보들도 민주당 대선 경쟁의 중대변수인 흑인 표심을 얻기 위해 이들을 염두에 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신이 집권하면 흑인들의 관심이 큰 '불공평 속의 불공평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흑인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자신의 부모가 백인만 사는 동네에서 집을 사기 위해 차별과 맞서 싸워야 했다면서 자신을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라고 묘사하며 흑인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과거 인종 문제 관련 발언이 새로운 논쟁거리로 부상하며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이든의 적은 바이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975년에 "나는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지지자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경쟁자들이 과거의 논란을 재탕함으로써 반전의 모멘텀을 얻으려는 시도라고 역공하고 있다.
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이든이 인종주의에 우호적이었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바이든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은 흑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CBS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3분의 2가 흑인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바이든 지지도는 43%를 나타냈다고 WP는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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