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등에서 나치·파시즘 플래카드 압수…"사실상 폭력집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경찰이 16일(현지시간) 프로축구 '세리에A' 구단 유벤투스의 과격 팬클럽인 '울트라' 핵심 회원 12명을 협박 등 혐의로 체포했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리노 경찰은 이날 오전 검찰과의 공조를 통해 이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입장권을 할당해주지 않으면 경기 중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겠다고 유벤투스 구단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구단의 팬이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구호를 발설하면 구단이 대신 벌금 등의 징계를 받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구단으로부터 헐값에 입장권을 매입한 뒤 다른 팬들에게 재판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벤투스 구단이 할인 티켓 제공 등 그동안 자신들에게 줬던 여러 특혜 조치를 2017∼2018 시즌 막판에 중단하자 이러한 협박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겐 범죄집단 가입과 돈세탁, 폭력 등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이탈리아 남서부 칼라브리아주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와 연계돼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이들의 주거지 등에서 압수한 물품에는 나치·파시즘 마크가 새겨진 플래카드와 파시즘을 창시한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초상화도 포함됐다.
체포된 인사 중에는 1990년대 살인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이도 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팀을 서포트한다는 것은 일종의 겉치장일 뿐 폭력을 일상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체포된 이들 외에 20여명이 추가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벤투스는 2017년 울트라 회원에게 경기 티켓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 등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 역시 벌금과 함께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축구협회 재심의를 통해 징계가 해제됐다.
유벤투스는 지난 7월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선발팀과의 국내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 논란을 일으켜 국내 축구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은 바 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