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시절 경제파탄에 짐바브웨 국민 힘겨운 생존 몸부림

입력 2019-09-17 03:25  

무가베 시절 경제파탄에 짐바브웨 국민 힘겨운 생존 몸부림
생활물가 살인적으로 치솟고 생필품은 태부족
수도 하라레 주유소엔 연료 채우려는 차량 수백대 줄지어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생활 물가가 살인적으로 치솟고 현지 화폐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자동차 연료를 넣으러 주유소에 가는 일마저 생존을 위한 긴 여정이 되었다.
과거에는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불과 몇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하루종일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수도 하라레에 땅거미가 내리면, 티나셰 마가차는 주유소 주위에 긴 행렬로 늘어선 수백대의 자동차 뒤에 자신의 승용차를 주차하고 밤을 샐 준비를 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가차는 "내가 줄을 서는 동안 기사가 내 미니버스로 손님들을 실어 나른다. 내 승용차에 기름을 채우면 호스를 이용해 미니버스에 직접 주유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무가베 전임 대통령의 37년 철권통치를 끝내고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 정부가 들어선 짐바브웨에서는 올 1월 연료 가격이 두배 이상 뛰면서 유혈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 수개월 간 주유소마다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자동차 행렬이 늘어선 모습은 무가베의 실정이 빚은 경제파탄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짐바브웨는 2000년대 초 백인들의 농장을 강제로 빼앗는 토지개혁 정책을 펼치면서 국외 투자자들이 외부로 나가 경제 위기에 빠져든 이래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자동차 연료를 비롯해 세제, 자동차 번호판, 여권용지 등 모든 것이 부족하며 현지 화폐마저 공급이 달린다.
크리스펀 무젠게레레는 출퇴근을 위한 버스표를 현찰로 구입해야 하는 까닭에 은행에서 수시간을 기다리고서 운이 좋으면 최대 인출한도인 100짐바브웨 달러(약 1만원)를 찾을 수 있다.
노점상들에게 현금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최소 3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는 "20달러(약 2천500원)를 얻기 위해 26달러를 써야 한다. 내 돈을 가지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무젠게레레는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 지금 일하는 식당에서 2교대 근무를 한꺼번에 도맡아 하고서 나흘을 내리 쉬며 교통비를 절약한다.
짐바브웨에서는 필요한 자원을 지혜롭게 획득하는 일과 서두르지 않는 인내심이 일상을 버텨내는 생활의 필수 방편이 되었다.
짐바브웨인들은 지난 6월 175%를 기록한 초인플레와 현지화의 가치폭락으로 임금이 1년 전보다 15분의 1로 가치가 줄어드는 큰 댓가를 치렀다.
은행에서 청소일을 하는 와카나이 무람비지는 지난 학기 자녀들의 학비를 내지 못해 결국 이달초 아이들이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하소연했다.
무람비지는 "학비를 내지 못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지난 2017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난 무가베에 대해 "무가베를 괜히 퇴진시킨 거 같아요"라고 말하고서 "1달러 하던 빵이 지금은 10달러"라고 말했다.
경제 파탄은 최근 하라레의 빈민촌인 음바레 지역에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등장시켰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신선한 야채, 과일 혹은 육류를 구경할 수는 없지만 인근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불법 유입된 쌀, 설탕, 비누 같은 보존기간이 긴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상품은 세금이 붙지 않았고 중간상인도 없어 매우 헐값에 판매되고 있다.
상인인 블레싱 치오나는 수십명의 노점상들과 함께 진흙길 위에 좌판을 펼쳐놓고서 "(물건들을) 밀수해 들여오고 있어요"라며 "가격은 하루에 3번까지 바뀌죠"라고 말했다.
이곳 노점은 슈퍼마켓에서 34달러(약 3천700원)에 판매되는 2 리터들이 식용유를 24달러(약 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또 전력사정이 나빠 어떤 때는 하루에 18시간이나 정전이 지속된다.
노점상인 미셰크 마사리레부는 정전에 대비한 그 만의 방법을 찾았다.
마사리레부는 미니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낮 시간 동안 자동차 밧데리를 충전하고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휴대전화기를 충전한다.
약사인 조슬린 차이브바(59)는 한밤중에 일어나 수시간 동안 전기가 들어오는 틈을 이용해 세탁기를 돌린다.
차이브바의 직장동료인 루크모 부누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고서 "외국에서 오셨다면 한 달을 버티기가 힘들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익숙해졌어요"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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