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기자회견 줄행랑…"헐크라더니 삐진 겁쟁이"

입력 2019-09-17 10:27  

英 존슨, 기자회견 줄행랑…"헐크라더니 삐진 겁쟁이"
'시위대 소음' 이유로 룩셈부르크 총리와의 공동 회견 일방 취소
룩셈부르크 총리, 존슨에 '십자포화'… "브렉시트 전개과정 '악몽'"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무조건 유럽연합(EU) 탈퇴'를 외치며 유럽 방문길에 오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룩셈부르크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을 무산시켜 '겁쟁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달 초 영국 의회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관련 표결에서 6연패 '굴욕'을 당한 존슨 총리는 공동기자회견 불참으로 이번 주 EU에서 이어질 좌충우돌 행보를 예고했다.
존슨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실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양국 정상의 회동이 열린 총리실 밖 광장에는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확성기를 동원해 구호를 외치고 음악을 틀며 소란스럽게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 직전 "시위대 소음에 (기자회견이) 들리지 않을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공동기자회견 참석을 취소하고, 대사관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리실 앞 광장에 모인 시위대의 규모는 100명에도 못 미쳤다고 영국 국영 BBC방송은 전했다.


존슨 총리의 연설대가 빈 채로 혼자 단상에 오른 베텔 총리는 브렉시트 전개가 '악몽'이 됐다고 포문을 열고, 그 자리에 없는 존슨 총리를 상대로 직설적 비판을 쏟아냈다.
베텔 총리는 "존슨 총리는 당파적 이익을 위해 미래를 인질 삼아선 안 된다"고 꾸짖고, "시간이 촉박하니 말은 그만하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 일은 존슨 총리에 달렸다"고 말하며 두 손으로 빈 단상을 가리켰다.
베텔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만든 합의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자회견을 일방 취소한 존슨 총리는 따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말 브렉시트 시한까지 새로운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합의 전망이 좋다"며 "그 형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베텔 총리는 EU 안에서도 밝은 표정과 온화한 태도로 손꼽히는 지도자여서 이날 '나홀로' 기자회견과 그 내용이 더 극적으로 보였다고 BBC는 평가했다.


벨기에 총리를 지낸 기 베르호프스타트 EU 브렉시트 조정관은 존슨 총리가 '삐져서' 공동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고 비꼬았다.
베르호프스타트 조정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경이로운 '헐크'(Hulk)에서 경이로운 '토라짐'(Sulk)으로"라고 쓰고는 베텔 총리가 빈 단상을 가리키는 사진을 첨부했다.
이는 존슨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슈퍼히어로 만화 주인공 '헐크'에 바유하며 10월 말에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한 발언을 빌려 그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존슨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이 무서워 달아났다며 겁쟁이를 뜻하는 '닭'에 비유하는 글과 사진이 넘쳐났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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