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 급성 호흡기 질환 '고통'…2명 사망했다는 주장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경찰이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칼리만탄) 곳곳의 산불 발화 용의자 185명을 체포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헬기를 타고 산불 지역을 내려다본 뒤 "팜나무와 산업용 작물은 안타고 천연림만 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고의로 산불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와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금까지 체포한 185명 가운데 45명이 이달 말 재판받을 예정이다. 또 23명은 검찰에 넘겼으며, 나머지는 조사를 받고 있다.
산불을 질러 토지를 불법 개간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달 산불 비상사태를 선포한 6개 주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또 산불과 관련해 30여개 임업 기업의 농장을 봉쇄한 뒤 수사 중이며 이 가운데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기업도 최소 5개 포함돼 있다.
전날 기준으로 산불 발생 구역을 나타내는 '열점'이 리아우주 58개, 남수마트라 115개, 잠비 62개, 서칼리만탄 384개, 남칼리만탄 178개, 중앙칼리만탄 513개 등 총 1천311개에 이른다.
인도네시아의 산림면적은 1억2천만㏊로, 우리나라 면적의 12배나 된다.
그런데 건기가 되면 수익성이 높은 팜나무 등을 심고자 토지 개간을 위해 고의로 산불을 내는 일이 반복된다.
특히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퇴적된 '이탄지'(泥炭地)가 많다 보니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기를 뿜어내 이웃 국가들까지 피해를 본다.
인도네시아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해로 꼽히는 2015년에는 260만 헥타르(2만6천㎢)를 태웠고, 올해는 8월까지 32만8천700 헥타르(3천287㎢)를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산불의 99%는 사람이 낸 것으로 본다.
티토 카르나비안 경찰청장은 지난 15일 헬기를 타고 수마트라섬 산불 현장을 둘러본 뒤 "천연림만 탄 걸 보면 건기를 이용해 쉽고 저렴하게 토지를 개간하려고 불을 지른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연기가 심한 날에는 휴교령을 내리고, 마스크를 배포했으나 약 15만명이 산불 연기로 인해 급성 호흡기 질환 치료를 받는 등 고통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산불 연기 때문에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수마트라섬 바뉴아신군 농촌에서 생후 4개월 된 여아가 호흡기 문제로 15일 병원 이송 중 숨졌고, 지난달 25일 페칸바루 한 농장에서 59세 남성이 자욱한 연기 속에 나무에 기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12개 환경·사회단체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임신부를 포함해 많은 주민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페칸바루를 방문해 산불 상황을 점검한 뒤 "작은 불이라도 빨리 꺼라. 언제 불이 나든 지 간에 우리는 감지했어야 한다"고 관리들을 질책했다.
이웃국가의 피해도 극심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 남부까지 연기가 퍼지면서 일부 지역은 휴교령을 내렸고 가시거리 급감으로 비행기가 연착·결항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인접한 말레이시아 포트딕슨시는 이날 대기오염지수가 치솟자 60여개 학교에 모두 휴교령을 내렸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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