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 있을 땐 안죽어"…당국 "사원서 이뤄진 근친교배가 원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호랑이 사원'에서 구조된 호랑이 중 무려 80마리 이상이 지난 3년간 숨진 사건을 놓고 사원 측이 야생동물 보호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나섰다.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원에서 호랑이들을 돌봤던 승려 아티탓 스리마니는 "호랑이들은 근친 교배로 숨진 게 아니다"라며 당국 발표를 부인했다.
앞서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DNP)은 3년 전 호랑이 사원에서 압류돼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옮겨진 147마리 중 절반이 넘는 86마리가 근친 교배 과정에서 발생한 면역 결핍으로 인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최근까지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아티탓은 "DNP가 3년 전 사원을 급습했을 때엔 감염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다. 이 사건은 누가 (죽음에) 책임이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DNP가 호랑이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뒀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학술적 지식은 없었지만 사원에서는 승려들의 다정함 속에서 호랑이들은 좁은 우리가 아니라 넓은 공간에서 생활했다"고 덧붙였다.
사원 주지승인 프라 비수티사라테라는 한술 더 떠 DNP에 호랑이를 돌려달라고도 했다.
프라는 "호랑이들이 사원에 있었을 때는 모두가 그들을 잘 돌봤다"면서 "DNP가 호랑이를 보살필 수 없다면 사원으로 데려오라. 그러면 우리가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온라인 매체 카오솟이 전했다.
그러나 DNP는 호랑이 사원에서 구조된 호랑이기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에서 잘 보호를 받았다면서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했다는 사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호랑이들은 근친 교배로 인해 면역 체계가 파괴됐고 이 때문에 '개홍역바이러스'에 걸리거나 호흡 곤란을 유발하는 후두 마비 증상이 발생해 사망한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DNP 소속 야생동물 수의사인 빠타라뽄 마니온은 기자회견에서 "(애초 사원에는) 호랑이 6마리가 있었지만 이후 147마리나 그 이상으로 불어났다"면서 "따라서 항상 (면역 체계에) 위험이 있었고, (보호구역으로 옮겨진 뒤) 처음부터 호랑이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빠타라뽄은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특징은 그들의 몸을 약하게 만들어 감염 위험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간 방콕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왜 DNP가 3년 동안이나 호랑이들의 사망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사원에서 호랑이들을 구조한 뒤 보호구역 재배치까지 지연된 것이 혹시 호랑이들을 수용할 적절한 공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전면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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