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상륙 250주년 기념행사 반발…마오리족 "발견 아닌 침략"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인물로 평가받는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끌었던 인데버호 모형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반대로 입항이 거부됐다.
영국 일단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쿡 선장의 뉴질랜드 도착 250주년을 맞아 뉴질랜드 문화유산부가 내달 기획한 일주 행사 '투이아 250'(Tuia 250)에 마오리족이 반발하면서 인데버호의 북섬 망고누이 입항 계획도 전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북섬의 북동쪽에 있는 기즈번에서 시작해 쿡 선장의 자취를 쫓아 몇 달 간 항해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쿡 선장은 1768년 영국에서 건조된 인데버호를 타고 태평양 탐사에 나서 1769년 뉴질랜드, 1770년 호주에 도착했다.
아나헤라 허버트 그레이브스 마오리족장은 "쿡 선장은 야만인이었다"며 "제국주의 팽창 시대의 다른 인물들처럼, 그가 가는 곳마다 살인과 납치, 강간 등 원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쿡 선장은 뉴질랜드에서 어떤 것도 새로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해당 행사에서 그의 침략 사실을 포장하기 위해 '만남'이나 '조우'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뉴질랜드 당국이 행사 기획 단계에서 인데버호의 망고누이 입항 계획에 대해 원주민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마오리족 관계자는 "(처음 쿡 선장 일행이 도착한) 1769년 당시 총에 맞거나 상처를 입은 9명의 마오리족 조상을 기리는 행사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탐신 에번스 뉴질랜드 문화유산부 사무차장은 '투이아' 행사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이해한다며 "일부 원주민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에 공감한다. 우리의 역할은 모든 역사를 들여다보고,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항해 행사의 첫 시작점인 북섬 기즈번 지역은 쿡 선장의 동상이 수차례 파괴돼 결국 철거되는 등 최근까지도 역사적 갈등이 이어진 곳이다.
기즈번의 '포버티 만'(Poverty Bay)은 마오리족과 유럽인들의 첫 대면이 이뤄진 곳으로, '빈곤'이라는 뜻을 가진 '포버티'라는 지명도 이후 쿡 선장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남태평양의 뉴질랜드령 섬나라인 쿡제도(쿡 아일랜드)도 지난 3월 쿡 선장의 이름을 본따 만들어진 국명을 바꾸기로 했다.
국명변경위원회는 국가명을 현지 언어인 마오리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국민 통합 및 자부심 고취 효과도 있어야 한다며 변경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