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장관 발언에 야당·주 정부 등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여개 언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인도에서 힌디어를 '인도 국어'(national language)로 삼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17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미트 샤 인도 내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외국어가 우리 언어를 압도하지 않도록 국어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샤 장관은 "힌디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될 수 있도록 하자"며 "힌디어는 공존 가능한 언어로 다른 언어를 희생하면서 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힌디어는 인도를 결속시켜준 언어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힌디어를 인도의 국어로 정해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하자는 것이다.
현재 인도에서 힌디어를 모어(母語)로 쓰는 국민은 전체의 44%로 가장 많다. 수도 뉴델리가 있는 북부를 비롯해 주요 대도시와 관공서 등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힌디어는 타밀어 등을 쓰는 남부와 동부 등에서는 아예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등으로 그간 힌디어는 국어의 지위를 얻지 못했다.
대신 인도 정부는 힌디어를 영어와 함께 국가 차원의 공용어로 지정했고, 동시에 주 단위로는 힌디어 포함 총 22개 언어(영어 제외)에 공용어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밖에 공용어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인도 국민 수백만 명이 쓰는 언어도 10여개나 된다. 전국적으로 1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가 1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과 일부 지방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남부 타밀나두주를 기반으로 한 지역 정당 PMK의 지도자 S 라마도스는 트위터를 통해 "힌디어를 인도의 단일 언어로 만들겠다는 샤 장관의 견해는 틀렸다"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에게 힌디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연방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를 이끄는 라훌 간디도 지난 16일 트위터에 영어 포함 23개의 언어 이름 모두에 각각 인도 국기 이미지를 붙이면서 "인도의 많은 언어는 인도의 약점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는 2014년 출범 직후부터 힌디어 보급에 열을 올렸다.
모디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정부 서한이나 소셜미디어에 힌디어만을 쓰거나 영어를 함께 적더라도 힌디어를 우선하라고 명령하기도 했지만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딪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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