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1명 오늘부터 사흘간 심리…존슨 "판결 지켜볼 것"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대법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의 위법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17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이날 오전부터 사흘간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심리를 진행한다.
대법원은 이번 사안의 헌법적 중요성을 감안해 전체 12명의 대법관 중 11명으로 재판부를 구성했다.
영국 대법원의 대법관은 모두 12명이지만 의견이 나뉠 경우에 대비해 홀수로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다.
11명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하는 재판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6년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유럽연합(EU) 탈퇴 통보와 관련한 재판에 모두 11명의 대법관이 참석했다.
이번 상고심에서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와 관련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 민사법원(Court of Session)과 런던 고등법원(High Court)의 판결을 함께 다룰 예정이다.
여성 기업가이자 저명한 브렉시트 반대 활동가인 지나 밀러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의도와 영향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법 심리를 요청했지만, 런던 고등법원은 지난 6일 이를 기각했다.
런던 고법 재판부는 의회 정회는 순수한 정치적 행위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에든버러 최고 민사법원에서 항고심을 담당하는 이너 하우스(Inner House)는 지난 11일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민사법원은 의회 정회가 의회를 방해하려는 부적절한 목적에 원인이 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의회 정회를 승인하도록 존슨 총리가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조안나 체리 의원과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 영국 상·하원 의원 75명은 시민단체 '굿 로 프로젝트'(Good Law Project)와 함께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위해 의회를 정회하는 것은 "불법이자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고등법원은 지난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1998년 체결된 벨파스트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에 위배되는 만큼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벨파스트 고법은 의회 정회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지난 10일 오전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정회한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의회 정회가 교육, 치안, 의료 등 국내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하원이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에든버러 민사법원 항소심 판결 직후 야당은 일제히 정부에 의회를 다시 열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의회 정회가 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의회를 다시 열 것인지를 묻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이 재판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가져왔으며, 사법부 독립성은 영국의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BBC는 대법원이 우선 의회 정회 문제가 법원에서 다퉈야 할 문제인지에 관해 판단한 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의도 등의 위법성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이르면 20일 내려질 수도 있지만 유보될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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