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서 대통령 사진 떼 시위 활용한 佛 환경운동가들 '무죄'

입력 2019-09-17 18:45  

관청서 대통령 사진 떼 시위 활용한 佛 환경운동가들 '무죄'
佛 리옹 법원 "기후변화 중대성 고려시 시위방식 정당"…절도죄 불인정
환경단체들 '마크롱을 내려라' 캠페인…향후 판결에도 영향 미칠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행정관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초상 사진을 떼어내 기후변화 대처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사용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시위방식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시민단체와 좌파진영은 "역사적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17일(현지시간) 주간지 렉스프레스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리옹형사법원 재판부는 지난 2월 관청에 걸려있던 마크롱 대통령의 공식 초상사진들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2명의 환경단체 활동가에게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대통령의 공식 초상 사진이라는 매우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 물품이 도난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 문제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시위 방식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후변화 대처 문제가 인류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시민들의 비판적 감시의 책무의 하나로서 시민참여의 다른 형태를 정당화한다"고 판시했다.
기후변화 대처를 요구하는 환경단체 '비폭력행동 COP21'(ANV COP21) 소속의 32세 남성, 33세 여성 활동가인 이들은 지난 2월 리옹 2구청에 들어가 벽면에 걸려 있던 마크롱 대통령의 초상 사진들을 떼서 나온 뒤 프랑스 정부와 세계 각국에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활용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른바 '마크롱을 내려라'라는 캠페인으로, 환경단체들은 이렇게 모은 마크롱의 사진들을 집회에서 거꾸로 들거나, '기후변화 파산' 등의 문구를 덧붙여 푯말로 만들어 들고 행진했다.
리옹에서 기소된 두 활동가는 초상 사진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 다른 20여 명의 활동가와 함께 구청에 단체로 몰려 들어갔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공공질서를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흔들었다"면서 질서 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일 특수절도죄로 기소된 이들에게 검찰은 각각 500유로(65만원 상당)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사는 공소장에서 "명백한 절도 행위이며, 그런 행동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에 프랑스 환경단체들과 좌파진영은 역사적인 결정이라면서 환영했다.
무죄를 받은 활동가들이 소속된 시민단체 ANV COP21 측은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싸우는 시민사회의 불복종 행동의 당위성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급진좌파정당 '프랑스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환영 논평을 내고 "역사적인 결정"이라면서 "최근 사법당국의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무리수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판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다른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도 파리에서도 지난 2월 '마크롱을 내려라' 캠페인의 일환으로 파리 일대 관청에 걸린 총 128장의 마크롱 초상 사진을 훔친 혐의로 8명의 환경운동가가 기소됐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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