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세력 확대 우려…서민들에게 부르주아로 보여선 안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난민과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취해온 것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중도성향의 집권당이 난민 문제에 계속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노동자·서민들로부터 부르주아 정당이라며 외면을 받게 돼 극우세력의 확장을 도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7일(현지시간) 공영 프랑스텔레비지옹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저녁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소속 200여 명의 상·하원의원들과 올 하반기 국정과제를 공유하면서 불법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집권세력이 노동자·서민들에게 부르주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난민법이 일부 난민·불법 이주민 브로커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휴머니스트가 되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가끔 지나치게 관용을 취했다"고 말했다.
특히 창당 3년째에 접어든 여당 LREM이 농어촌 등 비(非) 도시 지역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거론한 그는 난민 정책이 "우리가 부르주아 정당이 되고자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르주아 계층은 그런 문제(난민·불법 이민자)와 관련이 없고 그들은 난민과 마주치지도 않는다"면서 "난민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서민·노동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좌파진영이 난민과 불법 이주민들이 크게 늘어가는 문제를 외면하면서 노동자 계층과 서민 계층이 반(反) 난민의 기치를 든 극우 진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크롱은 "난민에 반대하는 이들은 (극우정당) 국민전선('국민연합'으로 개칭)뿐"이라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폐쇄적으로 가는 것 또는 개방적이지만 순진하지 않은 해법을 마련하는 것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극우세력처럼 폐쇄를 기치로 내걸지는 않더라도 난민과 이주민이 계속 늘면서 함께 커지는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난민 정책을 보다 신중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개방과 포용을 강조해온 정책에 대한 반발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기업 입소스·소프라스테리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에 너무 많은 외국인이 있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63%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66%는 이주민들이 프랑스에 동화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해 이민자와 난민들을 보는 프랑스인들의 시선이 그리 온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야권에서는 마크롱의 언급을 내년 지방선거와 2022년 대선의 재선을 앞두고 극우파로 기우는 전통적인 노동자 서민계층의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랑스공산당(PCF)의 엘리안 아사시 상원의원은 마크롱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난민과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유권자들은 (극우파를) 흉내 내는 사람보다는 오리지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의회는 난민·이주민 정책 방향에 대한 대토론을 이달 30일에는 하원에서, 내달 2일 상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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