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확진 연천 농장도 울타리 설치하고 돼지에 잔반 안 줘
역학조사 최종 결과까지 상당 시간 소요…"北과 방역협력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두건 연달아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감염 경로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 농가에 이어 이날 오전 확진된 연천 농가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특별한 의심 사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연천 농가에서는 모돈 370마리, 자돈 1천900마리, 비육돈 2천400마리 등 총 4천700마리가량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으로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남은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발병국을 다녀왔거나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 지목돼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천 발생 농장은 파주와 마찬가지로 잔반을 급여하지 않는다"며 "울타리도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며 "구제역은 공기 전파가 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어떻게든 접촉을 해야 감염되기 때문에 (특정한 가능성을)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천 발생 농장에는 네팔 국적 4명과 스리랑카 국적 1명 등 총 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팔 국적 1명은 올해 5월 고국을 다녀온 기록이 있지만, 네팔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국가가 아니다.
또 다른 감염 경로로 흔히 지목되는 야생 멧돼지에 대해서도 당국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휴전선에 철책이 설치돼 있고 감시 카메라 등이 있어 국방부에서 넘어오는 야생멧돼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북쪽에서 넘어온 멧돼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진행 중인 역학조사는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이 걸려 하루 사이에 잇따라 터진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경로가 확인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파악한 바로는 첫 발병 파주 농장과 이날 확진된 연천 농장 간 분뇨·사료 등 차량 이동은 없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유입 경로가 아직 안갯속이지만 앞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먼저 발병한 북한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많다. 이번 두 건의 발생 지역이 모두 휴전선 인근 접경지역인 파주와 연천이라 더욱 그렇다.
다만, 환경부는 전날 ASF가 발생한 파주 농가 주변을 점검한 결과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소지는 희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는 "해당 지역은 신도시 인근 평야 지대로,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작다"며 "임진강 하구 한강 합류 지점과 10㎞ 이상 떨어져 있어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작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유입 경로를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북한과의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대해서는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5월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된 이후 북측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특별한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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