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번화가 점포 공실률도 10% 육박…대규모 해고 사태 우려
"中 유입 외국자본 70% 홍콩 거쳐…펀더멘털 견조" 주장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의 호텔, 관광, 소매, 부동산업계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호텔음식료 종업원협회가 회원 4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호텔 객실 점유율은 60%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달 90%보다 30%포인트 폭락했다.
시위 사태가 이어질 경우 호텔 객실 점유율은 50%까지 떨어지고, 소형 게스트하우스의 객실 점유율도 3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 결과 일부 5성급 호텔의 경우 지난달 객실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호텔 종사자의 77%는 1∼3일의 무급휴가를 떠날 것을 호텔 측으로부터 요청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0% 이상은 호텔 측이 종업원 해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 호텔 종사자는 "호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8개 층이 폐쇄됐다"며 "임시직 종업원을 채용하지 않아 평소 양복을 입고 다니는 매니저가 설거지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종사자는 "예약 취소가 잇따라 10월 초 '골드 위크' 예약이 당초 예약의 30%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반중국 성향이 뚜렷해지자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 관광을 기피하면서,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10월 1일 건국절 전후의 5일 연휴 '골든 위크' 특수가 실종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골든 위크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120만 명에 달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소매업종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 급감했으며, 보석, 시계 등 사치품 매출은 이보다 더 줄었다.
부동산기업 '미들랜드 IC&I'에 따르면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하나로 고급 쇼핑몰이 밀집한 코즈웨이베이의 1천87개 점포 중 102개가 비어 지난달 공실률이 9.4%에 달했다.
경기 악화로 내년에는 공실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내년에 코즈웨이베이의 대형 매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미들랜드 IC&I의 임원 토니 로는 "무역전쟁에 위안화 약세, 시위 사태가 겹치면서 내년에는 4개 핵심 지구에서 600개 이상의 빈 점포가 생겨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소매 임대료는 올해 하반기 10∼15% 하락한 후 내년에는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외국 자본의 중국투자 창구라는 홍콩의 핵심 역할이 있기 때문에 홍콩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조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629억 달러 중 70%가 홍콩을 통해 유입됐다.
SCMP 분석 결과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로 유입된 자본은 250억 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특히 8월에는 75억 달러로 29% 급증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홍콩 주식의 하락에 베팅했으나,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한 후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홍콩 중문대의 성류광 교수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 자본의 상당 부분은 중국 정부의 외국인 우대 정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외국 자본으로 가장한 '토종 자본'"이라며 "상황이 변해도 이러한 자본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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