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반대파 "지난 50년 유례없는 총리 직권남용"
존슨 총리 "법원, 정치영역에 들어서지 말라"…거리두기 요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5주간 의회 문을 닫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이에 반발하는 진영이 최고법원에서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영국 대법원은 17일(현지시간) 사흘 일정으로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prorogation) 결정에 대한 위법성 심리를 시작했다고 국영 BBC 방송 등이 전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새 내각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다음 달 15일 새 회기를 시작할 것이며, 새 회기를 여는 여왕 연설에 앞서 5주간 정회한다고 발표했다.
야권 등 브렉시트 반대 진영은 존슨 총리의 조처가 의회의 브렉시트 논의를 방해하는 '헌법 유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가 지나 밀러 등 시민사회 브렉시트 반대 활동가들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北)아일랜드 법원에 이번 정회 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스코틀랜드 최고민사법원은 정회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손을 들었지만, 잉글랜드·웨일스와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은 원고 요구를 기각했다. 두 법원의 결정에 대해 서로 반대쪽에서 상고가 제기됐다.
이날 시작된 최고법원 심리에서, 존슨 총리의 장기 정회에 반발한 원고 측 변호사 데이비드 패닉경(卿)은 "적어도 지난 50년간 이런 식으로 권한을 남용한 총리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패닉 변호사는 "존슨 총리는 의회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장애물로 여기기 때문에 이 기간에 의회의 입을 막으려는 동기로 정회를 결정했다"면서 "예외적으로 긴 정회 기간이 그 근거"라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이처럼 긴 정회는 없었다고 패닉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존슨 총리의 의도가 의회 방해가 아니라고 해도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의회의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 측은 이에 대해 정회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으로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과 스코틀랜드 정부 법무관 리처드 킨경(卿) 명의로 재판부에 보낸 서한에서, 정회 결정에 '위법' 판단을 내린 스코틀랜드 법원은 의회 운영 방식에 관해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번 정회 조처에 사법부가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이 정회에 대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정치의 장에 들어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원은 정치 관례를 강제할 법적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또 제1차 세계대전 등 과거 사례를 들어 정부가 정회의 결과로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법정 밖에서는 40명가량이 모여 '민주주의 수호', '의회를 다시 열라', '정부가 여왕을 오도했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정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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