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트럼프와 사사건건 충돌한 볼턴과 대비
부처간 막후 조율·트럼프 외교정책에 힘싣기 주력할 듯
이란 핵합의 등 오바마 정책 비판 강경성향…對이란 대응 첫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의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에 국무부 인질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18일(현지시간) 전격 발탁됨에 따라 향후 대북 등 한반도 분야를 비롯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중대 분수령을 맞은 상황에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등 '뇌관'이 산적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 피습으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 문제 대응이 당장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브라이언 카드' 선택에는 주요 현안마다 강한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거나 다른 부처와 잦은 마찰을 벌였던 볼턴 전 보좌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에게서는 유관부처 간 막후 조율 및 대통령의 외교·안보 보좌라는 역할을 원한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 추진에 있어 초강경 노선을 견지, 정면충돌도 불사하며 '걸림돌'로 작용했던 '볼턴 리스크'를 걷어내고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표 외교정책 추진에 탄력도를 붙이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협상가'라고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해온 인물이다. 또한 행정부 내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데 더해 협상 전문가이자 중재 전문 변호사의 이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로우키'로 '코드'를 맞추며 부처 간 '조정역'에 주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안보팀이 대선 국면을 맞아 '극적인 사건'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브라이언 인선은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간주된다고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그의 상냥한 태도는 무자비하고 관료주의적인 인파이터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과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도 실었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의 대북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외부적으로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인질 특사로서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인 인질 구출 작전을 주도해온 만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5월 이뤄진 한국계 미국인 3명의 본국 송환 과정에 그가 물밑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도이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특사 시절 북한이나 터키에 억류됐던 미국민들을 탈출시킨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 합류를 계기로 행정부 내 '브레이크' 없이 대북 정책을 비롯, 외교 안보 분야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거침없이 밀어붙이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도 이날 캘리포니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선 자리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엄청난 외교정책의 성공을 거둬왔다. 나는 그것이 계속되길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표 외교정책에 힘을 실었다.
첫 일성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역설하며 "미국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군대를 재건하기 위해 대통령과 함께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인식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은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을 거명하며 "우리는 수많은 도전 과제를 갖고 있지만 대신 훌륭한 팀이 있다"며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강조, 전임자인 볼턴 전 보좌관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외교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과 이란 등과 관련한 '가시적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다 과감한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더욱이 오브라이언이 볼턴 전 보좌관의 '퇴장'으로 한층 위상이 강화된 폼페이오 장관이 선호한 카드라는 점에서 그가 폼페이오 장관과 보조를 맞춰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미 조야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가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과거 저서 등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외교정책을 '유화와 후퇴'로 규정, 정면 비판하는 등 강경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볼턴 전 보좌관과 어느 정도 차별성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 볼턴 당시 유엔대사와 함께 제60차 유엔총회에서 미국 대표로 활동한 경력 등을 들어 이러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서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도 1938년 아돌프 히틀러가 체결한 뮌헨 협정에 견주며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무엇보다 그의 첫 시험대는 대(對)이란 정책이 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퇴장 후 한층 유연한 노선 쪽으로 선회하는 듯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습을 계기로 다시 강경 노선 쪽으로 회귀하는 흐름이다. 강경파는 '군사적 공격' 까지 염두에 두고 보다 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는 구체적 대응방향을 놓고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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