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AP 등 하드웨어 성능 앞세웠지만 소프트웨어 '발목'
외신 "누가 그걸 살 만큼 용감하겠는가"…내달 폴더블폰 메이트X 출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華爲)가 19일(현시지간) 주력 해외 시장인 유럽에서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30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구글과 거래를 할 수 없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에는 플레이스토어 등 구글의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중국외 해외 시장에서 정상적인 판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이날 오후 독일 뮌헨에서 제품 발표회를 열고 메이트 30 시리즈 등 신제품을 발표했다.
플래그십 모델인 메이트 30 시리즈는 최근 애플이 내놓은 신작 아이폰 11 시리즈의 대항마로 준비된 제품군이다.
화웨이는 자사의 새 제품이 아이폰 11 시리즈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10 등 경쟁사 제품보다 카메라와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하드웨어 기능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메이트 30과 고급형인 메이트 30 프로 두 제품 모두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한다.
6.62인치 OLED 스크린을 갖춘 메이트 30은 좌우에 얇은 베젤(테두리)이 있지만, 6.53인치 OLED 스크린을 갖춘 메이트 30 프로는 삼성전자의 엣지처럼 양쪽 측면까지 구부린 화면으로 감쌌다.
메이트 30과 메이트 30 프로 모두 후면에 아이폰 11 프로처럼 초광각, 광각, 망원 3개의 카메라가 달렸다.
메이트 30의 후면 카메라는 800만(망원)∼4천만(광각) 화소, 전면 카메라는 2천400만 화소다.
메이트 30 프로의 경우 메이트 30과 달리 후면에 3D 심도계를 달았고, 전면 카메라의 화소도 3천200만으로 다소 높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치린(麒麟·기린)990이 탑재됐다.
가격은 메이트 30이 799유로(약 105만원)부터, 메이트 30 프로가 1천99유로(약 145만원)부터다.
메이트 30 시리즈 제품은 화웨이가 지난 5월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당하기 시작하고 나서 처음 공개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자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출하량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 세계 2위로 올라선 화웨이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살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나온 메이트 30 시리즈에는 정식 계약에 의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 소스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 소스 버전의 안드로이드에서는 다양한 앱, 게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다. 또 구글의 유튜브, 지도, G메일 등의 앱도 깔아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각종 서비스가 제한되는 안드로이드 제품을 가리켜 '침대 없는 호텔' 등에 비유하기도 한다.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가 가장 스마트한 5G 제품을 약속했지만 누가 그걸 살 만큼 용감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중국에서는 원래부터 중국 정부의 통제 탓에 플레이스토어 등 구글의 서비스 탑재가 불가능해 자국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약은 유럽과 남미 등 화웨이의 중요 해외 시장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모종의 '기술적 방법'을 찾아 고객들이 유튜브나 G메일 등 구글의 일부 앱을 이용하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화웨이는 이날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대신 화웨이는 자사의 독자 앱스토어인 '앱 갤러리'의 생태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면서 향후 앱 개발자와 사용자 지원에 10억 달러라는 큰 돈을 투입하는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화웨이는 이날 자사의 접는 스마트폰인 메이트X를 내달 출시하겠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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