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이라크에 요청"…정제타격에 수출원유 등급도 하향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석유시설 피격으로 산유량에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역으로 석유 수입에 나설 처지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기존 주문받은 원유를 차질없이 공급하기 위해 국내에서 사용할 석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우디 내에서 생산한 원유는 국내에서 사용할 양까지 모두 수출하고 국내용 석유는 수입해 충당하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람코는 원유 2천만 배럴을 사우디 국내 정유업체들에 공급해달라고 이라크 국영석유판매사(SOMO)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담 후세인 시절 투자 부족과 10여년 전 미국 주도의 공격 때문에 석유산업 부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로부터 아람코가 원유 수입을 추진하는 것은 극적인 반전 중 하나라고 WSJ은 평가했다.
또 아람코는 글로벌 시장에서 정제된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단기적으로 아람코가 별도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제품을 국제시장에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수출의 상당 부분은 비정제 원유가 차지한다. 비정제 원유는 정제를 거쳐 전력생산과 운송수단 연료 등에 쓰이는 디젤, 가솔린, 연료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된다.
이탈리아 정유업체 사라스SpA의 다리오 스캐파르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아람코가 석유제품 구매를 문의하기 시작했다"며 "아마도 원유 수출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사우디의 정유시설 아브카이크와 유전 쿠라이스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고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의 원유 생산은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됐다.
컨설팅업체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중동 부문 상무이사 이만 나세리는 아브카이크 정유 시설 피격으로 사우디 정유업체들이 정제하는 원유량이 하루 평균 최대 14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는 일평균 1천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740만 배럴을 수출했다. 정제 석유제품도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수출했다.
수출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사우디는 공급하는 석유의 품질 조정에도 나섰다.
아람코는 기존에 주문받은 프리미엄 등급의 아랍 경질유를 보낼 수 없어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아랍 중질유로 대체하겠다고 인도 정유사들에 통보했다.
원유 자료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의 원유 애널리스트 사마 아흐마드는 아람코가 이번 주 사우디 동부에 위치한 라스 타누라 터미널에서 중국행 화물을 포함한 아랍 저유황 경질유 화물 5개를 고유황 중질유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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