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25% 개선" 인도 델리 총리 '자화자찬'에 비난 쏟아져

입력 2019-09-20 13:37  

"대기오염 25% 개선" 인도 델리 총리 '자화자찬'에 비난 쏟아져
트위터·신문 광고 홍보…네티즌 "여전히 오염 심각" "시 당국이 한 게 뭐냐" 비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최악의 공기 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수도 뉴델리의 총리가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한 뒤 비난 세례에 직면했다.
뉴델리의 대기오염은 여전히 최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게 현실인 데다 그나마 일부 개선된 점과 관련해서도 뉴델리시가 기여한 게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과 주요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뉴델리의 대기오염 수준이 25%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델리는 대기오염이 줄어드는 유일한 도시"라고 강조하면서 겨울을 앞두고 추수 농작물 쓰레기 연소에서 비롯되는 스모그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케지리왈 총리는 공기 질 개선의 근거 통계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BBC 뉴스는 뉴델리 소재 환경연구기관인 CSE의 조사를 인용해 2016∼2018년 뉴델리의 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 농도가 2012∼2014년보다 25% 낮아졌다고 관련 통계를 소개했다.

케지리왈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인도 네티즌은 크게 불만을 드러냈다.
네티즌 라훌 굽타는 최근 공기 질 개선이 6%에 그쳤다는 다른 통계를 제시하며 케지리왈 총리의 주장에 대해 "가짜 광고"라고 지적했다.
아이디가 '유머 빙'인 네티즌은 뉴델리 등 인도의 도시들은 여전히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그나마 공기 질이 개선된 것도 뉴델리 외곽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시내 관통 차량이 줄었기 때문이지 뉴델리시가 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뉴델리의 대기질은 해마다 10월 들어 나빠지기 시작한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州)에서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0월 하순, 11월 초순께 디왈리 축제까지 시작되면서 최악 상황으로 접어든다.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터진 대규모 폭죽으로 먼지가 무더기로 더 쏟아지면서 대기 상황은 그야말로 '가스실' 수준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뉴델리의 대기오염은 전년보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디왈리 시즌을 전후해 뉴델리 곳곳의 PM 2.5 수치가 1천500∼3천㎍/㎥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모래 먼지와 재 등이 밀려들면서 초순에만 4일이나 PM 2.5 농도가 250㎍/㎥을 넘어서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연평균 PM 2.5 농도의 안전 기준은 10㎍/㎥이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건설공사 먼지·공장 매연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델리시는 10년 넘은 경유차 운행 금지, 디왈리 시즌 건설공사·발전소 가동 일시 중단, 교차로에 대형 공기청정기 설치, 시내버스에 공기 정화 필터 부착 등의 방안을 도입했지만, 눈에 띄는 개선 효과는 얻지 못하는 상태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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