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에 아베 총리도…한일갈등 초월한 '글로벌 파트너' 메시지 분석
사우디서 귀국 하루만에 출국…대법 판결후 '총수 존재감' 광폭 행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이 20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 국면에 두번째로 일본을 방문했다.
최악의 한일갈등 속에서도 일본 재계로부터 초청을 받아 성사된 방문이다. 이번 양국 재계의 교류가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일본 재계로부터 초청을 받아 이날 도쿄에서 열리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 방안 모색 차원에서 7월7∼12일 일본에 다녀온지 2개월여만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을 초청한 인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재계에 따르면 럭비 월드컵 조직위원장이자 게이단렌(經團連) 명예회장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회장이 이 부회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삼성의 자산이자 한국의 자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참관한 럭비 월드컵은 하계 올림픽, 축구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대규모 행사다.
1987년 시작해 올해 9회를 맞은 럭비월드컵은 아시아에서는 처음 올해 일본에서 개최됐다.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 열린 국제 스포츠 이벤트여서 도쿄올림픽 예행연습격으로 일본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날 일본 방문을 두고 '한국과 일본은 비정치적인 이슈에서는 여전히 파트너'라는 사실을 일본 국민 등 대내외에 환기시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계약한 최상위 등급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일본 도쿄올림픽을 후원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귀빈석인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미타라이 회장 등과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자리배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스카이박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과 국제올림픽(IOC) 위원 등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일본 정계·재계 인사들과 한일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삼성 측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본격적으로 경색한 7월부터 양국 재계의 접촉도 거의 끊겼었다"며 "이번 럭비 월드컵에 일본 측이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인 이 부회장을 초청하고 이 부회장이 응한 것 자체만으로 양국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럭비라는 스포츠가 갖는 의미도 새삼 회자된다. 럭비팬인 이건희 회장은 과거 에세이에서 "패배 의식에 빠지지 않으려면 불굴의 투지와 단결력, 강인한 정신력 등 럭비에 담긴 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중공업이 럭비단을 운영하다 2015년 해체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럭비 월드컵 개회식 참석에 앞서 삼성전자 일본법인 경영진들을 만나 현지 사업 상황도 챙겼다.
파기환송심 재판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인한 최악의 불확실성 상황 속에 '삼성 총수'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광폭행보'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15일 삼성물산[028260] 사우디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17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를 만나 여러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사우디 방문을 마치고 전날(19일) 새벽에 귀국했다가 곧장 업무를 본 뒤 저녁에 일본으로 다시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2월),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진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2월), 미국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5월) 등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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