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이자 0.1%p라도 더 받으려 은행앱 14개 깔아…돈 맡길 곳 없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정수연 기자 = 이미 1% 초중반으로 낮아진 은행 예금금리가 앞으로 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고령층의 한숨이 깊어지게 됐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도 연 1% 중후반이던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1% 초중반으로 내렸다.
우리은행의 '우리슈퍼주거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만기 1년 이상 기준으로 연 1.9%에서 1.6%로, '위비정기예금'은 1.5%에서 1.4%로 조정됐다. 하나은행도 '고단위플러스 금리확정형 정기예금'(만기 1년 이상 2년 미만 기준)의 금리를 1.45%에서 1.2%로 내렸다.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0%로 내린다면 예금금리 연 0%대 상품도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미 연준이 9월 정책금리를 인하한 데다 국내 경기 상황도 악화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금리에 이자생활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2억원을 신용협동조합의 연 2% 후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두고 1년에 500만원가량의 이자를 받아 쓰는 이모(81)씨는 금리가 더 내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이씨는 "500만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생활에 정말 도움이 된다"며 "다달이 이자를 받아 쓰는 노인들이 많은데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더 내려가도 주식은 잘 몰라 예금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부인을 간호해야 해 소일거리를 찾기도 어렵다"고 푸념했다.
예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청년층도 저금리에 마음이 불편하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으로 예금(91.9%)이 압도적인 1위였다. 주식(4.7%)과 개인연금(1.8%)은 비중이 작았다.
회사원 송모(33)씨는 1년 전 1천만원을 은행의 연 2%대의 정기예금에 넣어뒀다가 며칠 전 돈을 찾았다. 다른 은행에 맡겨둔 예금도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지만, 돈을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
송씨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금리 2%대 상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1%대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텐데 이 돈을 어디다 넣어야 할지 정말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앱만 14개를 깔아 금리를 0.1%P라도 더 주는 상품에 가입했다. 지인이 같은 상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준대서 친구추천도 많이 돌렸다"며 "그래도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모(38)씨는 "남들처럼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지만 그만한 돈이 없고, 고금리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 않냐"며 "새마을금고에 정기예금으로 넣어두고 남는 돈은 증권사에서 추천해주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저금리 기조가 강해질 전망이나, 예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고재필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PB부장은 "연 1% 중반대인 1년 만기 정기 예금금리는 상황 변화에 따라 0%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고령층이나 젊은 사람들이나 예금에서 다른 상품으로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가 심화할수록 금융 자산가는 해외투자 상품으로, 자산 규모가 적은 이들은 부동산 리츠 등 중위험 상품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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