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16주째 '민주화 시위'…규모는 수천명대로 크게 줄어

입력 2019-09-22 18:00   수정 2019-09-23 06:00

홍콩서 16주째 '민주화 시위'…규모는 수천명대로 크게 줄어
도심 쇼핑몰 시위·인간 띠 잇기…'공항 마비' 시도에 삼엄한 경비
13살 홍콩 소녀, 중국 국기 태운 혐의로 체포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일요일인 22일 홍콩 도심에서는 전날에 이어 민주화 진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6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강행에 반대해 시민 100만명이 거리로 나온 이후 16주째 주말 시위가 계속됐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천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홍콩 시민들은 이날 샤틴 지역의 쇼핑몰인 뉴타운 플라자에 모였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홍콩 파이팅', '홍콩 광복(光復)' 등의 구호를 외치고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노래가 된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노래를 합창했다.

최근 들어 홍콩 정부가 폭력 발생 우려 등을 구실로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금지하면서 홍콩인들은 대안으로 도심 쇼핑몰을 시위 장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오전 카오룽 지역에서는 종교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야외에서 서로 손을 맞잡는 인간 띠 만들기 행사를 했다.
이 행사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홍콩 시위대, 중국 오성홍기 줄지어 밟고 훼손…경찰과 충돌 / 연합뉴스 (Yonhapnews)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지난 4일 송환법 완전 철폐를 선언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 요구가 모두 수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날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 마비 시도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홍콩 정부는 공항과 공항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 경찰관을 다수 배치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홍콩 민항국은 전날 시위대가 드론을 날려 비행기 운항을 방해하거나 무선 전파를 쏴 항공 통신을 방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불법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송환법 반대 운동에서 촉발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16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송환법 철회를 선언하는 등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면서 반정부 시위대 규모는 최근 수천명 규모까지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에도 툰먼 지역을 중심으로 거리 시위가 벌어졌지만 경찰은 참가 인원을 4천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시위 장기화로 금융·관광 등 홍콩의 주력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 가운데 홍콩에서는 그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친중 성향 인사들도 최근 들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은 지난 주말 조직적으로 거리로 나와 쇼핑몰 등지에서 반중 시위대와 격렬하게 충돌했고, 전날에는 시위대가 포스트잇으로 항의 메시지를 적어놓은 '레넌 벽'을 다수 훼손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툰먼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화염병, 최루탄을 동원해 격렬하게 충돌한 가운데 한 13세 홍콩 소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운 혐의로 체포됐다고 중국 관찰자망이 보도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중·고교생을 포함한 10대 청소년들도 경찰에 체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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