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유입 급증 추정…거리 짧고 항해 용이 등 장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내에서 지중해를 통한 아프리카 난민·이주민 유입처로 리비아보다 튀니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당국의 단속망을 피해 유유히 이탈리아에 접근하는 '유령 보트'의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중해 구조 활동을 하는 국제구호단체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당도한 아프리카 난민 또는 이주민들이다. 지난 20일에만 108명이 스스로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이주민 6천620여명 가운데 5천500여명은 이런 방식으로 상륙한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튀니지를 통해 이탈리아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가 리비아발 보트에 주목하는 사이 브로커들이 새로운 루트를 개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시칠리아주(州) 아그리젠토 검찰청의 살바토레 벨라 검사는 "최근 들어 튀니지를 떠난 보트에 튀니지인뿐 아니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튀니지발 새로운 루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난민·이주민 브로커들이 유럽행을 희망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출항지로 리비아보다 튀니지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루트는 국제이주기구 추산 10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항로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리비아 당국의 감시가 대폭 강화돼 보트가 리비아 연안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잦아졌다.
반대로 튀니지 루트는 이탈리아까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항해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속도가 빠른 배라면 14∼16시간 만에 도달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야밤에 몰래 리비아에서 튀니지 쪽으로 이동하는 수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몰타 등 4개국과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핀란드 등의 내무장관은 23일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모여 이탈리아와 몰타로 유입되는 난민에 대한 EU 차원의 분배 시스템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선 국가별로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비율로 난민을 분배할 것인지, 분쟁 지역 난민 외에 일자리 등을 찾아서 오는 '경제적 이주민'도 분배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튀니지나 리비아를 거쳐 오는 이들 상당수가 경제적 이주민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이들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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